강서구민, '野 정권 심판론' 택했다…여권, 총선 앞두고 '후폭풍' 불가피

진교훈 56.52% vs 김태우 39.37%…민주당 '두 자릿수' 압승 野, '이재명 체제' 공고화…與, 지도부 책임론·비대위 등 목소리

2023-10-12     염재인 기자
진교훈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을 상대로 두 자릿수 격차로 압승을 거두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내년 총선의 '전초전'이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리전'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야당이 승기를 잡으면서 '이재명 체제' 공고화 및 정국 주도권 장악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 반면 큰 격차로 패배한 여당은 총선을 치르기도 전에 지도부 책임론과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목소리 등 위기에 직면했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11일 치러진 강서구청장 보선에서 진교훈 민주당 후보는 최종 투표율 56.52%를 득표해 17%포인트라는 압도적인 격차로 당선됐다. 2위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는 39.37%를 얻어 진 후보에게 패배했다. 이번 보선 투표율은 48.7%로 잠정 집계됐다. 진 후보는 "이번 선거는 상식의 승리, 원칙의 승리, 강서구민의 위대한 승리"라며 "그간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일분일초를 아껴 구정을 정상화하겠다"고 말했다.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김 후보는 입장문을 통해 "저를 지지해 준 분들의 성원에 화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진교훈 후보에게 축하의 말을 전하며, 부디 강서구의 발전을 위해 민생을 잘 챙겨주시기를 부탁드린다"며 선거 패배를 인정했다. 이번 보선은 기초단체장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내년 총선 전 마지막 선거인 만큼 '민심 바로미터'로 받아들여지면서 여야가 총력전을 펼쳤다. 강서구는 전통적으로 민주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선거 결과가 20%p 가까이 벌어지면서 여야 상황은 극명하게 갈렸다.  민주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압승, 민심을 기반으로 정국 주도권 장악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 이에 대여 야당의 투쟁 고삐도 더 강하게 죌 것으로 예상된다. 또 구속영장 기각에 이어 총선 전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승리를 거머쥐면서 한동안 흔들렸던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공고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표는 민주당 승리가 확정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 위대한 승리이자 국정 실패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라며 "한때 집권당이던 저희 민주당의 안일했음과 더 치열하지 못했음과 여전히 부족함을 다시 한번 성찰하며 국민의 공복으로서 민생, 경제, 안전, 평화, 민주주의 회복에 사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한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은 당장 위기에 내몰린 모습이다. 강서구가 야당에 유리한 지역이긴 하지만, 예상보다 큰 격차로 패배한 탓이다.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 등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가운데,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인사청문회 중도 퇴장 등 논란이 거듭되면서 중도층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당 내부에서는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 전환 목소리 등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13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참패에 따른 구체적인 쇄신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패배에 대한 사과를 내놓지 않는 점 등을 들어 비토 기류가 감지된다. 특히 위기 봉합을 위해 당내 이견을 자제하던 중진 의원들 사이에서도 일부 불만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역시 이번 선거 후폭풍을 피해 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강서구 보선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대리전 성격도 있는 만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보다 윤 정부 실정에 대한 심판이 반영됐다는 게 대다수 의견이다. 실제 선거 패배 이후 여당 지도부는 대통령실에 김행 후보의 사퇴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알려졌다. 김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두고 민심을 확인한 만큼 정부·여당도 민주당과 협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강서구청장 보선 결과 최종투표율은 48.7%, 사전투표율은 22.64%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지층의 선거 참여뿐만 아니라, 윤 정부 실정에 실망한 중도·무당층 지지가 더해진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