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먹통 사태’ 1년…남은 과제는?

지난해 10월 판교 IDC 화재로 대국민 피해 발생… 275억원 규모 추산 카카오, 서비스 안정성 확보 온힘…내년 안산에 자체 데이터센터 개소 SK C&C와 구상권 싸움 초읽기…소비자·시민단체 손배소 항소심도 예고 플랫폼 독과점 개선 문제도 공론화…정부 "독과점 규제 관련 정책 검토 중"

2024-10-12     이태민 기자
카카오톡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이 지났다. 카카오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은 지난해와 같은 대국민 피해 재발을 막기 위해 안전성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화재 피해에 대한 구상권 청구 등 법적 공방이 예상되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잖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15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IDC) 지하 3층 배터리실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톡을 비롯한 카카오 계열 플랫폼 서비스 전반이 일시 중단됐다. 이로 인해 많은 이용자와 자영업자들이 모빌리티 이용·금융 서비스·메시지 발송 오류 등 불편을 겪었다. 카카오 공동체 이용자와 비즈니스 파트너 대상 전체 피해 보상 규모는 약 275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카카오는 지난 6월 서비스 장애 피해 지원 절차를 마무리했다. 카카오는 이러한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전성 확보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또한 정부 부처에서도 안정성 확보에 필요한 제도 개선 사항을 반영하는 디지털 재난 관리 체계 강화에 나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안정성 보고서'를 발간, 신뢰할 수 있는 IT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체계적인 센터 운영 모델을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카카오의 △모니터링 시스템 △체계적 장애 대응 △장애 모의훈련 △정보보호 실천 △다중화 시스템 △비즈니스 연속성 계획(BCP)과 신규 데이터센터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데이터센터 장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한 기술적 조치도 강조했다. 클라우드와 운영도구, 데이터센터를 모두 다중화해 장애 발생 시 장애 복구 조치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토대로 카카오는 내년 1분기부터 첫 자체 데이터센터인 '카카오 데이터센터 안산'을 본격 운영한다. 10만대 이상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로 최대 12만대의 서버를 운영할 수 있으며 저장 가능한 데이터량은 6엑사바이트(EB)에 달한다. 24시간 무중단 운영을 위한 무정전 전력망을 갖추고 있으며 전력, 냉방, 통신 등 주요 인프라를 이중화했다. 또 화재, 침수, 해일, 강풍, 지진 등 재난 재해 설비를 완비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정부도 팔을 걷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7월부터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시행령’·‘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반영된 ‘디지털 안전 3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은 그동안 재난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부가통신서비스 및 데이터센터도 재난관리 의무 대상에 포함해 디지털 재난의 사전 예방 및 신속 대응을 강화하기 위해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또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5일 디지털플랫폼 서비스 장애 관련 이용자 보호 강화 대책을 발표하고 디지털 플랫폼에서 2시간 이상 서비스 장애가 발생할 때 이용자 고지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통위는 향후 피해구제 강화를 위해 법 개선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하지만 지난해 데이터센터 화재 사고에 대한 구상권 청구 및 화재 여파로 조명된 플랫폼 독과점 문제 개선 등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피해 금액과 관련해 SK C&C에 구상권을 청구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난 2014년 과천 삼성SDS 데이터센터 화재 이후 연쇄 손해배상 소송이 9년 만에 마무리된 것과 관련, 데이터센터의 공사를 맡은 삼성중공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3곳이 283억8000만원을 삼성SDS에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리면서다. 카카오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다”는 입장이지만 화재 당시 배터리 온도 등 이상 징후를 사전에 포착하는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등 SK C&C의 데이터센터 설계 및 관리 부실 의혹이 제기된 만큼 관리 부실 및 후속 조치에 대한 치열한 법적공방이 예상된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의 항소심도 예고돼 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와 개인 5명은 지난달 1일 서울남부지법에 항소장을 접수했다. 이들은 ‘카카오 먹통’ 사태에 따른 손해를 배상하라며 카카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 판결에 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항소장에는 △원고판결 취소 △카카오의 서민위 및 개인 5명 각각에 대한 100만원씩 총 600만원 지급(지연 이자 연 12%) △1·2심 소송 비용 모두 카카오 부담 등의 판결을 구한다는 내용의 항소 취지가 담겼다. 1심 재판부는 "원고들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원고들에 대한 피고의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아울러 "카카오톡 등 서비스 중단으로 인해 원고들에게 사회통념상 수인한도를 넘는 정신적 고통이 발생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정부가 지난해 플랫폼 독과점 구조 개선을 위해 계획했던 '플랫폼법 제정'의 경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라는 이름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 환경과 이용자 보호 등 분야에서는 거대 플랫폼 기업에 자율을 부여하되 플랫폼 간 공정 경쟁 환경은 정부가 챙기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법안이 언제 윤곽을 드러낼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9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독과점 플랫폼 반칙 행위를 집중 감시하고 조사를 연내 마무리할 것"이라며 "디지털 시장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문화 정착과 혁신경쟁 촉진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