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 취임 3년, '퍼스트무버' 전략 통했다

정 회장 취임 이후 영업익 3년 새 6배 증가 SDV·中시장 재도약·기업문화 혁신 과제

2023-10-12     이찬우 기자
정의선

매일일보 = 이찬우 기자  |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는 14일 취임 3년을 맞는다. 정의선 회장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현대차그룹의 질적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은 올 1월 세계적 권위의 자동차 전문지 모터트렌드로부터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올해의 인물’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 주목받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첫 글로벌 판매 3위를 기록한 현대차그룹은 올해 상반기에도 같은 순위를 유지하는 동시에 사상 최대 이익까지 더하며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질적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수급난,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불안정한 대외 경영환경 속에서도 지난해 전세계 시장에서 전년대비 2.7% 증가한 684만5000대를 판매하며 사상 처음 3위를 차지했다. 올 상반기에도 현대차와 기아는 전세계 시장에서 366만대가량 판매하며 순위를 유지했다.

질적인 면에서의 성과도 확연하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합산 영업이익은 17조529억원으로, 2020년 4조4612억원의 3.8배를 웃돌았다.

증권사 컨센서스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올해 예상 영업이익은 26조6231억 원에 이른다.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3년 새 무려 6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의 성장 배경으로 SUV·제네시스 등 고부가가치 차종 판매 확대, 품질 경쟁력 향상 등이 주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기아의 판매에서 SUV와 프리미엄 차량 등 고부가가치 차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 2017년 31.7%였던 현대차 내 SUV와 제네시스 비중은 올해 2분기 58.7%로 27.0%P 상승했다. 기아의 RV 비중 역시 같은 기간 38.4%에서 68.0%로 29.6%P 증가했다.

품질 경쟁력도 뒷받침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 초 미국 시장조사 업체 제이디파워가 발표한 내구품질조사(VDS)에서 2년 연속 1위에 올랐고,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에서 발표한 충돌평가 결과 팰리세이드, 텔루라이드, G90가 최고 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 등급에 선정됐다.

현대차

전기차 퍼스트 무버 전략도 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신차를 연이어 출시해 판매 증가, 품질 호평, 실적 증대 등 ‘일거삼득’의 효과를 거뒀다.

정의선 회장은 E-GMP를 공개한 이듬해인 2021년 신년사에서 “글로벌 친환경 티어(Tier) 1 브랜드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겠다”고 선언했고, 현대차그룹은 아이오닉 5, EV6, GV60, 아이오닉 6, EV9 등 매력적인 전용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선보였다.

그 결과 E-GMP 기반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 아이오닉6 등은 세계 올해의 차(WCOTY), 북미 올해의 차(NACOTY), 유럽 올해의 차(ECOTY) 등 글로벌 3대 올해의 차를 모두 석권했다.

정 회장은 로보틱스, 자율주행, AAM(미래 항공 모빌리티), SDV(소프트웨어로 정의된 차), 수소생태계 등 미래 신사업도 점차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2021년 1조원을 투입해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한 후 로보틱스랩을 중심으로 로봇 기술 초격차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 레벨4 자율주행 로보셔틀 시범 서비스를 시행하는 등 자율주행 상용화에 힘쓰고 있고, 그룹의 자율주행 합작법인 모셔널은 올해 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우버와 아이오닉5 기반의 무인 로보택시 사업을 개시한다.

정의선

현대차그룹은 2020년 설립한 슈퍼널을 통해 2028년 미국에서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고, 2030년 이후 지역간 항공모빌리티(RAM) 기체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수소 생산부터 공급망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목표로 하는 '수소사업 툴박스'도 구축 중이다. 이중 SDV는 현대차그룹이 차세대 모빌리티 분야에 있어 가장 역점을 두는 분야다.

향후 '움직이는 스마트폰'이 될 전기차가 스스로 무선(OTA)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적용하고, 고객들이 휴대전화 앱처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개인 서비스 구독을 차량 내에서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포티투닷을 인수하기도 했다.

SDV의 고도화, 중국시장에서의 재도약, 기업문화 혁신 등은 현대차그룹이 안고 있는 과제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은 평균 자동차업체보다는 앞서있지만, 아직 최상위권 업체와 격차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 평가다.

중국시장에서 재도약도 과제다. 현대차그룹에게 있어 중국시장은 포기할 수 없는 시장이다. 문제점에 대한 진단을 시작으로, 선택과 집중을 통해 다시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기업문화 혁신도 필요하다. 수년간 현대차그룹의 기업문화는 극적으로 변화해 왔지만 성과를 내는 기업문화로의 변혁이 요구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도 "기존의 관성을 극복하고 계속해서 변화하는 '능동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을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러한 문제점들을 정의선 회장과 경영진도 충분히 파악하고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과제 극복에 대한 해법을 찾으려는 현대차그룹의 움직임 또한 분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