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건전성 적신호… 대출증가세 ‘주요국 1위’
9월 기업대출 전달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
2024-10-12 이보라 기자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지난달 국내 기업 대출이 11조3000억원이나 불어나면서 금융기관 부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년 사이에는 130조 원 급증하면서 주요국 중 증가 속도 1위를 기록했다.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9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9월 은행 기업대출은 전달 대비 11조3000억원 증가했다. 역대 증가액 기준으로 통계속보치가 작성된 2009년 6월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대기업대출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이어지면서 제조업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4조9000억원으로 확대됐다. 중소기업대출은 은행의 대출 확대 노력, 기업 추석자금 수요, 월말 휴일에 따른 대출 상환 이연 등으로 중소법인을 중심으로 6조4000억원 늘었다. 기업대출 잔액은 급증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금융기관 기업대출 잔액은 2분기 말 기준 1842조8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713조1000억원 대비 7.57% 늘었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말과 비교하면 불과 3년 반 만에 52.6% 늘어났다. 국내 기업대출 증가율은 주요국과 비교해도 매우 빠르다. 국회예산정책처의 국제결제은행(BIS) 인용 통계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기업대출 비중은 한국이 지난해 4분기 기준 119.6%였다. 2019년 대비 18.3%포인트(p) 증가한 수치로, 비교 가능한 국가 중 상승폭이 가장 컸다. 예산정책처는 “금리가 급등하면서 자본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은 기업의 자금 수요가 증가하면서 기업대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최근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밝히자 은행들이 가계대출 대신 기업대출을 늘리는 데 집중한 영향이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기업대출이 급격하게 늘면 건전성이 나빠질 수 있다. 기업 재무 안정성도 악화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기업 부채비율은 지난 2021년 말 86.43%였으나 2022년 말부터 90%를 넘어섰다. 은행 월별 기업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내내 0.3% 수준을 유지하다가 올해 4월에는 0.5%까지 올라갔다. 한은은 최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와 달리 기업부채는 기준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높은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자금조달비용 상승, 주택경기 둔화 등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관련 대출이 기업부채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부채 비율도 주요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라며 “성장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