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대선개입 논란, 여야의 시계는 멈춰있다

불복 공방 확대… "민생정치 실종" 비판 쏟아져

2014-12-31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제 18대 대통령선거가 지난 19일로 1주년을 맞았지만 여야 정치권의 시계는 여전히 1년 전 대선에 멈춰 서 있다.

2013년 한해동안 여야는 수많은 이슈로 정쟁을 벌였지만, 그 이슈의 중심에는 항상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이 있었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은 블랙홀처럼 모든 이슈를 집어삼키면서 민생을 위한 정치는 실종되고 ‘대선불복’ 공방 등 날선 정쟁만을 낳았다.

지난 대선을 앞두고 국가정보원의 이른바 ‘댓글 공작’으로 불거진 정치·선거개입 의혹은 검찰의 수사로 실체가 상당히 드러났다.

검찰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지시 하에 심리전단이 ‘일간베스트’·‘오늘의 유머’ 등 유명 인터넷 사이트와 포털사이트, 트위터상에서 정부·여당을 지지하거나 야당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의 댓글 게재 및 관련 게시물에 대한 찬반 표시 등 조직적으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한 사실을 적발했다.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대선 당일인 지난해 12월 19일 밤 “패배를 인정한다”면서 대선 결과 승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정원 여직원의 댓글 의혹을 고리로 국정원의 조직적인 대선개입과 경찰의 축소·은폐수사 의혹을 지속적으로 제기했고, 서울중앙지검이 지난 6월14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면서 민주당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원 전 원장과 이종명 전 국정원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은 국정원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축소·은폐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은 징역 4년을 구형 받았다.

국회 국정조사특위까지 구성돼 7월2일부터 총 53일간 활동을 벌였으나 여야간 현격한 입장차 속에 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하자 민주당은 국조특위 파행 등을 이유로 원내외 병행투쟁을 선언하며 8월 서울시청 앞에 천막당사를 설치하고 무려 101일간의 사실상 장외투쟁을 벌였다.

댓글에 이어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활용한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이 추가로 제기되고 국정감사에서 국군사이버사령부와 국가보훈처의 대선개입 정황이 드러나면서 여야 간 대치는 더욱 첨예화됐다.

특히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 사건 수사 와중에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혼외아들 의혹으로 중도낙마 하자 민주당은 수사방해를 위한 여당의 ‘채동욱 찍어내기’라고 반발하며 급기야 특검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더욱이 야당의 대선불복 논란으로 정국은 더욱 어수선해졌다.

문 의원까지 나서 “박근혜 대통령이 그 수혜자다”(9월12일),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10월23일)는 등 대선불복으로 비칠 수 있는 언급을 쏟아냈다.

뒤이어 같은 당 장하나 의원의 대선불복 선언 및 대통령 사퇴 촉구, 양승조 최고위원의 박 대통령 ‘선친 전철 답습’ 가능성 발언 등은 정국을 더욱 경색되게 만들었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이 조적직으로 대선불복을 하고 있다”며 문 의원과 민주당의 공개 입장표명을 촉구했고, 양·장 두 의원에 대해서는 제명까지 추진하고 나섰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 종교계까지 박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고 나서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박창신 원로신부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을 옹호 발언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1년 넘게 끌어온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여야는 해결 방식에서도 이견을 보이고 있어 정쟁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등 야당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특검을 도입, ‘대선 때 정부기관이 저지른 선거 관련 불법행위’와 ‘국가기관의 선거 불법행위와 관련해 청와대, 국정원, 법무부, 검찰, 경찰이 축소·은폐·조작·비밀공개·수사방해 의혹’을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새누리당은 야당의 특검도입 주장을 대선불복의 일환이라고 규정하며 반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