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에 세계 경제 불확실성 커져…韓경제 안갯속 

현재 유가 영향 ‘제한적’이지만, 확전 시 내년 경제 성장 발목 한은 총재 “유가 85달러 넘으면 내년 성장률 수정해야 할 것”

2024-10-15     강소슬 기자
이스라엘과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무력 충돌이 재개되면서 세계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졌다. 특히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15일 뉴욕상업거래소(NYSE)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지난 주말 하마스가 기습한 직후엔 상승했으나 직접적인 공급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에 하락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를 주도하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 10일 석유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려는 OPEC+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재차 밝힌 것도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블룸버그TV와 인터뷰에서 “국제 유가가 80달러 중반 정도 유지할 것을 가정하고 (내년) 2.2% 성장을 예측했다”며 “하지만 유가가 그 이상으로 올라가면 성장률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지난 8월 전망한 내년 성장률 2.2%는 국제 유가 83달러 기준이었지만, 현재 유가는 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85달러 수준이다. 이보다 더 오르면 내년 성장률을 수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직 유가와 환율 움직임은 적지만 중동에서 분쟁이 일 때마다 연쇄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해왔던 만큼 향후 큰 문제로 발전할 수 있어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중동 분쟁으로 사태가 고조될 경우 글로벌 정세의 스태그플레이션 가중은 불가피하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원유 생산국이 아니지만, 하마스 배후에는 이란이, 이스라엘의 뒤에는 미국이 있다. 또한,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이번 사태에 개입할 경우 주요 원유생산 시설이나 수송로 침해·원유 수출 둔화 등으로 국내 경제에 극심한 타격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제 유가 인상은 물가 상승을 견인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다.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원유 감산 계획을 밝혔음에도 이란이 원유를 증산해 유가 급등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이란발 유가 상승 압력이 커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유가가 상승하면 그 여파로 물가가 오르게 되고, 올라간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 압박이 높아진다. 금리가 오르면 고물가에 더해 이자 부담이 늘어 국민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경기 회복세에 부정적인 영향을 불러온다. 이-팔 전쟁에 다른 나라가 개입하게 되면 안전자산에 대한 투자 수요가 증가해 금이나 달러의 가치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될 경우 우리나라 증시는 떨어지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올라 투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면서 국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에너지 수급 상황은 크게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강경성 2차관 주재로 가스 업계 대표들과 가진 간담회에선 이-팔 전쟁 상황에서도 국내 가스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산업부는 오는 겨울철 도입 예정인 물량도 충분히 확보된 상황이라고 밝혔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팔 전쟁은 우리나라에 악재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필요한 석유 가운데 약 70%를 중동에서 수입하면서 (석유에 대한) 중동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석유 자원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물가 상승을 잡을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2%대의 물가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석유 가격이 오르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물가 수준을 초과하게 되기 때문에 정부는 석유 수입의 다변화를 꾀하면서 이런 위협 요소를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