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한진칼 지분 1.05% 매각…대한항공-아시아나 M&A 성공 확신 시그널?

산은-KCGI·반도그룹 MOU 체결 후 매각 전례…경영권 분쟁 종식 의미

2024-10-13     박규빈 기자
서울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모친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한진칼 지분 중 일부를 매각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오너 일가가 지주회사 지분을 매각하는 사례가 보기 드문 일이고,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 작업이 아직까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만에 하나 M&A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한진칼 경영권 분쟁이 다시금 일어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존재하는 와중에 오너 일가 구성원이 지분을 처분해 시장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이 전 이사장은 지난달 시간 외매 매 방식으로 한진칼 주식 70만1001주를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당 처분단가는 4만2796원으로, 총 300억3만8796원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보유 중인 주식 수는 기존 249만1137주에서 179만136주로 감소했다. 전체 보유량 중 28%를 시장에 내놓은 셈이다. 이 전 이사장의 한진칼 지분율 역시 3.73%에서 2.68%로 1.05%p 낮아졌다. 조 회장을 위시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수년 간 강성부 KCGI 대표 등과의 경영권 분쟁 탓에 임의대로 지분을 팔 수 없었고, 우호 세력 찾기에 분주했다. 이 전 이사장은 앞서 한진칼 지분을 처분한 바 있다. 최초로 지분을 판 건 2021년 말이다. 그가 2019년 말 남편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선대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아 한진칼 주주가 된 지 2년 만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에도 65만주(0.97%)를 시간 외 매매 방식으로 내놨다. 그 때는 한국산업은행이 제3자 배정 방식으로 한진칼 경영에 참여하고자 주요 주주 명단에 오를 때였다. 조 회장의 지원군이었던 산업은행은 비슷한 시기에 KCGI·반도그룹과 한진칼의 투명하고 윤리적인 경영 확립과 국가 항공 운송 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양해 각서(MOU)도 맺었다. 사실상 한진그룹 경영권 다툼이 끝난 후에 지분을 팔았다는 것이다. 때문에 과거 전례에 비춰보면 이 전 이사장의 이번 행보의 의미를 짚어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과 M&A에 대해 유럽 연합(EU)·미국 연방 법무부(DOJ)는 대한항공에 쌍심지를 켜고 시장 내 독과점 해소 방안을 찾아오라고 압박하고 있다. 이 와중에 한진칼은 서울 중구 서소문동 41-3 소재 한진칼 빌딩을 대한항공에 2642억2952만1500원에 매각했고, 와이키키 리조트 호텔 거래도 마쳐 약 4000억원을 수중에 쥐게 됐다. 일각에서는 M&A 무산과 경영권 분쟁 재점화에 따른 산은의 한진칼 지분 포기론이 나오기도 했다. 국내 항공산업 재편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지만 해외에서 결합 심사 승인이 거부될 경우 한진칼 지분을 더 이상 들고 있을 명분이 없어서다. 오너 일가에 대해 적대적인 세력이 산은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사들일 경우 조 회장 등은 재차 경영권 방어 노력을 기할 수 밖에 없게 된다. 한진칼은 확실한 우호 세력으로 통하는 델타항공 외에도 호반건설·팬오션·LX판토스 등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주주가 여럿인 만큼 지분 구조 변경에 의한 리스크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 회장의 분명한 우호 세력인 이 전 이사장이 지분율을 낮춰 물음표가 붙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경영권 수호 목적과는 확실히 반대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최대 주주인 조 회장·특수 관계인들의 지분율은 기존 19.79%에서 18.74%로 줄었다. 지분 싸움에 그룹이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갈 위기를 온몸으로 겪어본 오너가의 핵심 일원이 아무런 고민 없이 주식을 내다팔았다고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근거하면 조 회장을 위시한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이 사실상 제로에 수렴한다고 인식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와 같은 선택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라서다. 이의 연장선상에서 오너 일가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는 판단 역시 가능한 부분이다. 이와 관련, 조 회장은 "우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100%를 걸었고, 무엇을 포기하든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치며 M&A 작업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의 지적에 따라 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주요 노선과 슬롯을 포기하고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까지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이사장이 우호 세력에 지분을 이양했을 수도 있다. 이번까지 총 두 차례에 걸쳐 모두 블록딜 거래를 했으나 계약 당사자를 공개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