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2의 빌라왕’, 수원 전세사기 전말은

피해자 600명 이상 추산, 임대인 도피… 피해 확산 우려

2024-10-15     최재원 기자
경기도

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경기 수원시 일대에서 전세사기로 600가구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피해 규모도 계속해서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15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수원 전세사기 사건과 관련한 고소장이 지난 14일 기준 131건 접수됐다. 고소장 접수는 빠른 속도로 증가해 지난 6일 6건이었던 것이 일주일 만에 100건 이상으로 늘었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는 18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가 파악한 피해 주택 가구수는 671가구이며 이 가운데 예상 피해액(전세 보증금)이 확인된 가구는 394가구(475억원 상당)이다. 해당 사건은 임대인 정모씨 일가의 전세사기 사건으로 임차인들은 1억원대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정씨 일가의 잠적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정씨 부부는 여러 개의 법인을 세워 대규모로 임대업을 벌였고 아들 정씨는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운영하며 해당 임대차 계약을 중개했다. 정씨 부부가 세운 부동산 임대업 관련 법인은 18곳이며, 이들이 소유한 건물은 51개다. 이 중 3개 건물은 경매가 예정돼 있고, 2개 건물은 압류에 들어간 상태이다. 해당 법인들의 등기부등본에 나온 소재지는 수원이 7곳, 화성 6곳, 용인 4곳, 양평 1곳 등이었다. 이번 사건은 정씨의 자금 사정이 나빠진 이후 전세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는 등 문제가 하나둘 불거지기 시작했다. 정씨는 지난달 23일 피해자들이 모여있는 카카오톡 채팅방에 ‘호소문’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지난해 말부터 지속적인 금리 인상과 전세가 하락으로 인해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재임대까지 어려워지면서 더 이상 방법을 찾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현재까지 정씨는 연락이 두절돼 경찰에 의해 출국 금지된 상태다. 피해 임차인 A씨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했지만, ‘집 주인이 건물을 50개 넘게 갖고 있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중개사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알고 보니 정씨가 같은 건물의 여러 가구를 2~3개로 나눠 공동담보로 묶은 뒤, 각각 7억원, 14억원 등으로 쪼개기 대출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이 설립한 법인은 수도권과 제주도 등 타지역에도 지점을 두고 있어 추후 피해 규모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피해 임차인 B씨는 “일부 건물에서는 계약 만기가 도래해 실제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건물의 총 근저당 금액 및 해당 은행 지점까지 확인한 곳도 있는데, 앞으로 얼마나 큰 피해가 발생할지 가늠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