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콘텐츠 제 값 받기, 배분원칙이 해법

2024-10-15     이중희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
이중희
케이블TV의 위기감이 심상치 않다. 가입자 감소가 몇 년 째 지속되고 있고, 매출하락도 동반되고 있다. 케이블TV의 순매출을 떠받쳐주던 홈쇼핑 채널은 심심찮게 블랙아웃으로 협박이다. 규제사각지대에 있는 쿠팡, 네이버 같은 플랫폼에 매출을 뺏기고 그 폭도 커지고 있으니 규제완화든 지원이든 해 달라는 아우성이다. 이렇게 모든 지수가 떨어지고 있지만 지상파 재전송료만은 지속 상승돼 왔다. 거대지상파와 지역매체인 케이블과의 계약은 상대적으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지상파가 모든 면에서 협상력 우위를 점하며 계약이 이뤄져왔다. 올해 말까지 3개년의 지상파 재전송료 협상이 완료돼야 한다. 케이블업계는 더 이상 이전 계약 수준의 재전송료는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별로 차이가 있지만 3개년 평균 50% 이상의 삭감을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속적인 가입자 이탈과 매출액 감소에 더해 특히 케이블TV 수익을 받쳐주고 있던 홈쇼핑 수수료가 해마다 줄고 있고 올해는 블랙아웃을 무기로 대폭 삭감의 위기까지 몰려있다. 지상파 재전송료는 전체적인 콘텐츠 대가산정의 배분 측면에서도 문제가 많다. 유료방송 도입 초창기 가입자 수신료에서 콘텐츠 대가를 받아가는 몫은 일반PP가 다였다. 그 당시 일반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대한 몫은 32.5%가 적정하다는 배분규칙에 대한 정책적 합의가 있었다.  현재 케이블은 총 수신료 대비 콘텐츠 대가로 무려 86.7%에 이르는 비율을 지급하고 있다. 홈쇼핑수수료를 포함해도 콘텐츠 지급비율은 42.8%나 된다. 초창기 32.5%보다 무려 10% 이상 높은 지급비율을 보이고 있다. 남은 비용으로 가입자 관리와 망 업그레이드, 유지보수를 하기에도 빠듯하다. 차세대 플랫폼에 투자할 여력은 말할 것도 없고 사업유지를 위한 한계점에 도달해 있다.  SO의 방송사업 매출은 2013년을 정점으로 지속 하락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4.7% 수준에 그쳤다. 올해부터는 실질적인 적자로 돌아서는 케이블 방송사가 출현할 거라는 소리도 들린다. 허가사업자로서 많은 규제를 떠안고 있지만 적정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환경이 이어지면서 허가사업자의 지위가 무색해 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방송매출이 줄어들고 있지만 콘텐츠대가에 대한 비용 통제는 불가능하다. 가장 큰 원인 중 하나가 지상파 재전송료다. 홈쇼핑의 블랙아웃에 지상파 재전송료 협상을 앞두고 업계는 걱정이 태산이다.  지상파의 불합리한 수신료 지급은 시청률 지표로도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평균시청률이 같은 종합편성채널(종편) A사와 지상파 B사 간 수신료 지급을 살펴보면, 종편 A사가 1을 받아간다면 같은 시청률을 기록한 지상파 B사는 2.13으로 두 배가 넘는 비용을 받고 있다. 앞서 설명한 SO의 콘텐츠 수신료 지급 비율을 보면 종편이 적게 받아간다는 게 아니라 지상파 A사가 터무니없이 많이 지급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다. 지상파 콘텐츠의 케이블 상품 기여도가 지속 하락 중이다. 지상파 콘텐츠를 케이블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료방송 초창기와 달리 지금은 인터넷TV(IPTV)라는 막강한 경쟁매체에 더해 각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서도 드라마 오락 등 경쟁력 높은 콘텐츠만 쏙쏙 골라 볼 수 있다. 심지어는 광고 기반의 무료 콘텐츠 플랫폼으로 부상 중인 이른바 FAST에까지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케이블 독점이었을 때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지만 콘텐츠 수신료만은 가입자당 약 280원선에서 출발해 약 480원까지 고공행진해왔다. 케이블 지상파VOD 시장의 선호도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특히 케이블이 지상파에 대가를 지급하고 가입자에게는 무료 제공하는 FOD의 경우 시장가치가 거의 없다. 이유는 각종 플랫폼에 유료 VOD로 공급하고 평균 한 달 홀드백을 두는데다 콘텐츠 자체의 시청자 선호도도 떨어지면서다. 이런 현상은 몇 년째 지속되고 있지만 지상파는 수신료 인상을 위해 FOD를 강매하는 실정이다. 이같이 몇 년째 불합리한 협상이 이뤄지지만 지상파는 정부가 주재하는 대가산정 룰 셋팅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조차 앉지 않는다. 지상파 재전송료 협상에 배분규칙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