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건전성 관리 비상…올해 부실채권 3.2조 털어
상·매각 규모, 1년 새 2배…"중기·가계 부실로 연체율 껑충"
2024-10-1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은행에서 돈을 빌리고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은행권은 이런 건전성 지표 관리에도 불구하고 당분간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가계의 연체율이 계속 오를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조5406억원)의 2배 이상일 뿐 아니라,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이미 넘어섰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하다가,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떼인 자산으로 간주한다. 이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상각·write-off),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헐값에 파는(매각) 식으로 처리한다.
올해 3분기만 보면,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됐다. 2분기(1조3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작년 3분기(5501억원)의 1.83배에 이른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종료 등 영향으로 연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각·매각도 4분기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분기말 대규모 '부실 채권 털어내기'로 9월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한 달 새 다소 낮아졌다. 하지만 1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5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8월 말(평균 0.34%·가계 0.30%·기업 0.37%)보다 0.03%포인트(p) 낮지만, 작년 9월 말(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보다는 0.13%p 높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9%에서 0.26%로 0.03%p 하락했으나 1년 전(0.21%)과 비교하면 0.05%p 상승했다.
새로운 부실 채권 증감 추이가 드러나는 신규 연체율(해당월 신규 연체 발생액/전월 말 대출잔액) 평균은 0.09%로 전월과 같았다. 그러나 개별 은행 중에서는 신규 연체율이 집계를 시작한 2018년 이후 가장 높아진 곳도 있었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개인과 기업에서 각각 연체가 크게 발생한 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은 고금리 환경이 이어지고 경기도 둔화하는 만큼 당분간 연체율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화 긴축 지속, 경기 둔화, 환율 변동성 증가, 코로나19 대유행 기저효과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인한 경기 불확실성으로 한계 차주 부실이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