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친환경 설비부터 AI까지…산업계, 위기 속 기회 찾는다

기후위기 대응 본격화…온실가스 저감 온힘 삼성·SK 등 반도체업계, 친환경 설비 집중 투자 통신업계도 AI·싱글랜 등 첨단 기술 접목 시도 정부, 기술개발 뒷받침…저탄소·탈탄소 구조 전환 주력

2024-10-15     이태민 기자
LG전자의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산업계가 친환경 설비 투자를 늘리고 신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등 기후 위기 대응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기후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후 변화 리스크에서 기회를 찾겠다는 전략이다.

15일 산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친환경 반도체 공정 기술 도입을 통해 전력 소비는 줄이면서도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안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성을 개선하고 재생 에너지 사용을 늘리겠다는 것. 반도체 업계는 대표적인 탄소 다(多)배출 업종인 만큼 적극적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를 위한 움직임, 정부의 에너지 정책, 저전력 반도체 도입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9월 공식 탄소 감축 개선 방안을 밝힌 후 친환경 설비·기술 투자를 늘리고 있다. 특히 대표적인 탄소 배출 요소인 공정 가스 저감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공정 가스 대용량 통합처리 시설(RCS)을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낮은 온도에서 공정 가스 처리가 가능해 연료 사용을 절감할 수 있고, 대기 오염 물질 발생도 적은 게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공정 가스 처리 효율 개선 기술을 개발, 이를 적용한 탄소배출 저감 시설을 주요 공정라인에 확충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친환경 기술 개발과 설비 투자에 약 7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 RE100에 가입했으며 △2030년 60% △2040년 90% △2050년 100% 순으로 재생에너지 전환 비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사업장에 설치된 고효율 태양광 패널을 활용한 재생에너지 발전과 사용 확대에 더해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전력구매계약(PPA), 한국전력의 녹색프리미엄 등 다양한 방안도 병행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지난 7월 '스마트 라이프 솔루션 기업' 비전을 선포하며 에너지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일환으로 전기차충전 사업에 강드라이브를 넣는다. 최근 자회사 하이비차저(HiEV Charger)를 통해 국내향 제품 4종을 출시했고, 내년 북미를 시작으로 유럽, 아시아 등으로 시장 확대를 목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보다 앞서 탄소중립 계획을 내놓고 친환경 기술과 설비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구온난화지수(GWP)가 낮은 대체 가스 개발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1월 만들어진 공정 가스 사용 저감 전담반(TF)이 이를 이끌고 있다. SK하이닉스는 2030년까지 공정 가스 배출량을 40% 감축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성과를 이뤄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DS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5.91% 감소한 1468만 7000톤이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 717만 톤으로, 전년 대비 6.15% 감소했다. 올해 목표는 619만 톤으로 약 13.6% 감소한 수준이다.
통신업계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태양광 등 친환경 설비 투자를 확대하고, 3사 공동 ESG 펀드를 조성하는 등 탄소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력에 힘쓰고 있다. 각 사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여러 기술을 접목하고 있다. 전력 사용이 많은 무선 부문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에너지를 절감하고, 데이터센터(IDC) 외기냉방 가동 등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게 대표적이다. 지난 2020년 통신업계 최초로 RE100에 가입한 SK텔레콤은 3세대 이동통신(3G)과 롱텀에볼루션(LTE) 네트워크 장비를 통합해 전력 사용량을 최대 53% 줄이는 ‘싱글랜’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감축, 1만톤(t)가량의 탄소배출권을 확보하고 있다고 사측은 설명했다. KT는 지난해 6월 RE100 가입을 완료하고 이행 로드맵을 본격 가동 중이다. KT는 배출 온실가스의 97% 이상이 전기 사용으로 발생해 재생에너지 사용이 RE100과 넷제로 달성의 핵심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속적으로 재생에너지 설비를 확장하고 있고, 지난해 말 기준 전국 101개소에 총 8MW급의 태양광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 KT는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 관리를 위해 사옥과 IDC, 기지국 및 중계기 등의 전국 19만여 개소 KT 시설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했다. KT는 자사 탄소배출의 97%를 차지하는 네트워크 장비의 전기 소비를 줄이기 위해 AI를 활용한 5G 에너지 절감 기술도 연구개발 중이다. LG유플러스는 IDC 평촌메가센터에 친환경 건축기술을 적용해 연간 약 4009만 kWh를 절감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LG유플러스의 에너지 절감 솔루션과 통신 기술을 한국전력의 에너지관리시스템과 결합, 건물과 공장 에너지 효율을 향상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해당 협력으로 에너지 효율 향상 의무화 제도인 EERS 연계 사업도 새롭게 추진된다. 양 사는 기업들이 건물 또는 공장의 에너지 다소비 설비를 고효율 설비로 교체할 때 통신·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해 EERS 관련 사업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한다. 통신 3사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넷제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기존 탄소 배출량의 40%가량을 감축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했다. SK텔레콤은 2020년 대비 2030년 온실가스 배출을 47.7% 줄이고, KT는 2021년 배출량 대비 2030년까지 51.7% 감축한다는 목표다. LG유플러스는 같은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38% 줄인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정부도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탄소중립 실천 과정의 여러 리스크와 비용 등의 문제를 극복하는 방안의 하나로 ‘기술혁신’을 꼽았다. 이를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약 1억2000만톤을 감축할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산업부는 오는 2030년까지 9352억원을 투자해 반도체·디스플레이를 포함한 핵심 산업 부문에 탄소저감 기술을 본격 개발한다. 실증사업 연계와 함께 지속적인 연구개발(R&D) 프로젝트도 발굴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또 탄소중립 기술에 대한 투자세액 공제를 지속 확대한다. 작년 신성장·원천기술 투자세액 감면 대상에 포함된 수소환원제철 등 48개 기술에 이어 이번달부터 철강 단조·압연공정 등 13개 기술도 추가한다. 탄소중립 선도 프로젝트 특별융자(산업부 1470억원), 저탄소 산업구조 촉진프로그램(수출입은행, 3조5000억원) 등 정책금융과 탄소중립 기술펀드(산업부 1000억원) 등을 통해 탄소저감 기술의 사업화도 적극 지원한다. 산업부는 앞서 지난 2021년 ‘제1차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기본계획(2023~2032)’ 심의·확정 등을 통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반도체, 이차전지, 모빌리티 등과 관련해 민간이 주도하고 정부가 지원하는 ‘새정부 산업기술 혁신전략’과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안보 강화, 에너지 신산업 창출을 통해 튼튼한 에너지시스템 구현을 추진하는 ‘새정부 에너지 정책방향’을 연이어 발표했다. 이를 통해 탄소배출량이 많은 에너지 및 산업 부문의 구조를 화석연료 기반에서 저탄소·탈탄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