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 철저한 자기 객관화가 필요하다
KAL M&A 반대·제3자 매각 주장, 해사 행위·집단 이기주의 회생 불가능성 분명히 인지하고 딜 성사 되도록 합심해야
2024-10-16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적 대형 항공사 인수·합병(M&A)이 막바지에 접어들었지만 좀처럼 해외 경쟁 당국들이 결론을 내주지 않고 있다. 이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이 대한항공으로의 매각을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을 위시한 대한항공 경영진이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 방침을 사실상 확정하자 사리사욕에 눈이 멀었다며, 채권자인 한국산업은행에는 제3자 매각 방안을 강구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자신들이 다니고 있는 회사가 왜 매물로 나왔는지, 그 근본적 이유를 망각한 듯 하다. 대한항공 주도의 M&A의 대전제는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불가능성이 확실하다는 점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조종사 노조의 메타 인지 능력이 심히 의심스러운 대목이다. 프로토콜을 따져보자. 2019년 3월 22일 아시아나항공 회계 감사를 담당했던 삼일회계법인은 리스 항공기 정비 의무 충당 부채를 이유로 '한정' 감사 의견을 내놨고, 4월 15일에는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선언함과 동시에 채권단에 수정 자구 계획안을 제출했다. 이 시점에서 아시아나항공은 돈을 벌어도 버는 게 아닌 디폴트 상태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한계 기업 그 자체였다. 살아있는 게 용한 수준이었다는 이야기다. 4월 23일 파산을 포함한 다양한 처리 방안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던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 경영 정상화에 1조7300억원을 긴급 수혈하기로 했다. 이후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에 HDC현대산업개발이 2조5000억원을 아시아나항공 M&A에 베팅했지만 이내 중단했고, 스노우 볼이 굴러가다 결국 2020년 11월 16일 조원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조건부 승인과 해외 사업장 소재 경쟁 당국들의 동의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쳤고, 현재는 미국과 유럽 연합 집행위원회(EC), 일본 정부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EC는 대한항공에 인천-유럽 4개국 여객·화물 노선 독과점 해결 방안을 요구했다. 조원태 회장은 "무엇을 포기하든 아시아나항공 M&A를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며 의지를 피력했다. 대한항공은 M&A 승인에 앞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본부를 매각하고 유럽 노선 슬롯 일부 반납 등의 내용을 시정 조치안에 담아 제출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너무나도 예측 가능하고도 당연한 수순에 조종사 노조가 반발할 이유가 없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들을 구조조정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합병을 성사시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라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