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고물가에 중동發 유가불안까지… 기준금리 인하 더 멀어진다
전문가들 6연속 동결 전망..."빨라야 내년 2분기 인하" '내수 부진'과 '가계부채 안정' 두고 한은 딜레마 빠져
2024-10-16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긴축 완화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0월 회의에서도 기준금리를 현 3.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 6번째 동결을 눈앞에 뒀다.
2%포인트(p)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 매달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는 가계부채 등은 금리 인상 요인이다. 여기에 중동 화약고가 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인한 유가 상승 변수까지 겹쳤다. 이밖에도 중국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에 따른 유가 변동성 확대 등도 금리 동결 전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거론되고 있다. 16일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금통위원들이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은 향후 물가상승률이 3% 안팎으로 안정화될 것이라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현재 물가에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수출이 회복되고 있지만 소비 침체 조짐이 확연해짐에 따라 국내 경기 회복 경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덧붙였다. 9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계절적 요인 등으로 전월보다 다소 줄어든 점도 동결에 무게를 싣고 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전문위원은 "정부의 노력 속에 가계부채 증가세가 다소 둔화해 통화정책 대응 필요성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기준금리를 올리면 오히려 가계부채 부실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했다. 중국의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대비)이 0.0%를 기록하는 등 주요국의 경기 둔화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내 실물경제 침체도 맞물려 금리 인상 여력 자체가 제한적이라는 논리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더 인상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서도 "한국은 미국보다 경기가 나빠 추가 인상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은 "내수 경기가 점차 부진한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이르면 내년 2분기께가 될 전망이다. 안 선임연구원은 "내년 2분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미국 금리 인상과 내수 부진으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도 "이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조금 떨어지면 금리 인하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안재균 연구위원은 "내년 하반기 이후 2회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내수 둔화에 따른 근원물가 중심의 안정세가 이어지며 3분기부터 물가 목표치 도달 기대를 높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국제 유가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당장 기준금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구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조 연구위원은 "한국에 영향을 미친다면 정정 불안에 따른 유가 상승 정도일 것"이라며 "(분쟁 지역이) 주요 수출 시장이 아니고 국제 금융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도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란이 이번 사태의 배후라는 증거가 나오거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을 투입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사우디아라비아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동 지역 내 불안 고조에서 더 나아가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직접적 관여가 국제 유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 국제 유가가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면서 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충돌이 중동 전쟁으로 확산될 경우 유가가 100달러를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유가 움직임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 봐야 한다"며 "80달러 중반을 넘어설 경우 우리나라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