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당직 쇄신 인선부터 '삐그덕'…'사퇴론' 탄력받나
16일 임명직 당직자 인선 발표…요직 '친윤계' 전면 당 안팎서 수도권 민심 되돌리기 '역부족' 지적 천하람 "김기현 체제로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공감"
2023-10-16 문장원 기자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한 채 당 쇄신 작업에 들어갔지만 '김기현 사퇴'가 전제되지 않는 한 내년 총선 승리가 요원하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더욱이 '통합'을 내걸고 단행한 '2기 지도부' 임명직 당직자 인선에서 사무총장·조직부총장 등이 다시 친윤석열계(친윤계)로 채워지며 쇄신 의지가 빛이 바랬다는 비판과 함께 '김기현 사퇴론'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은 16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임명직 당직자 인선안을 의결했다. 김 대표는 내년 4월 총선 공천 실무 작업을 총괄하는 사무총장에 친윤계이자 TK(대구·경북) 인사인 이만희 의원을, 조직부총장에 호남 출신의 함경우 경기 광주갑 당협위원장을 각각 임명했다.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은 '수도권·재선' 김성원 의원이, 수석대변인은 초선 박정하 의원, 선임대변인은 서울 강동구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윤희석 대변인이 맡게 됐다. 사실상 당 쇄신 작업의 첫 단추인 임명직 당직자 인선이었지만, 핵심 요직을 모두 친윤계에 맡기며 당장 김 대표가 강조한 '수도권'과 '탕평'이라는 기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사무총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후보 수행단장과 경북선대위원장, 농어촌정책본부장을 지냈고, 함 조직부총장도 캠프 상근 정무보좌역과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 상근보좌역을 지냈다. 총선 전략의 밑그림을 그리는 여의도연구원을 이끌게 된 김성원 원장도 윤석열 당선인 비서실 특별보좌역 출신이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수도권의 인물들을 전진 배치하고, 취약계층을 대변하는 인사를 기용하겠다"며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변화하고 혁신하라는 꾸짖음을 받았다. 철저하게 쇄신하고 변화하는 것만이 민심을 받드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인선 결과가 김 대표의 공언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아직 인선이 이뤄지지 않은 공천 실무의 핵심 요직인 전략기획부총장 자리마저 친윤·영남 출신 인사로 채워질 경우 사실상 쇄신은 물 건너갔다는 비난과 함께 김기현 대표 사퇴론이 더욱 분출할 수밖에 없다. 벌써부터 당내 비주류와 원왼 인사들을 중심으로는 김 대표가 사퇴해야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민심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나온다. 허은아 의원은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직자 인선과 관련해 "반성이 먼저라고 생각한다"며 "(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장서희씨가 점 하나 찍고 나온다고 다른 사람이라고 믿어줄 수는 없는 거 아니겠느냐"라고 비판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전남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당의 간판 내지는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는 책임자가 바뀌지 않고 임명직 당직자만 바뀐다고 해서 국민께 어떤 큰 의미를 드릴 수 있겠나"라며 "임명직 당직자를 국민들이 아시겠나. 새로 들어온 임명직 당직자가 누군지에 관해서 국민들이 그렇게 관심이 많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총선까지 남은) 6개월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짧은 시간은 아니다"며 "아마 많은 분께서 김기현 대표 체제로 총선 치르기가 어렵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는 공감하고 계실 것"이라며 김 대표의 사퇴를 에둘러 촉구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 역시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김 대표를 향해 "살신성인한다는, 모든 걸 버릴 수 있다는 자세를 먼저 보여줬어야 했다"며 "험지 출마나 불출마라든지 스스로 책임을 져 내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모습을 보여줬어야 했다. 내년 총선에서 지면 당연히 정치생명이 끝난다. 그게 뭘 내려놓는 것인가"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