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를 줄 알았는데” 증시 반대매매 주의보
이달 반대매매 금액 531억원… 4월比 두 배 올라 전문가들 “빚투, 국내 증시 악순환 만들 수 있어”
2024-10-16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일정 기한 내에 ‘빚투’로 인한 빚을 갚지 못해 투자자산을 강제 청산 당하는 반대매매 주의보가 켜졌다. 반대매매는 지수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의 고리가 될 수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2일까지 일평균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30억9300만원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499억7500만원) 대비 6.2% 상승했고 지난달 전체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과 비교하면 4.11% 올랐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산 뒤 2영업일 뒤 갚는 단기 외상을 말한다. 투자자가 이를 갚지 못하면 증권사는 강제로 주식을 처분하게 되는데 이를 반대매매라고 한다. 위탁매매 미수금 잔고와 반대매매 금액은 평소 각각 2000억원, 100억원대 정도를 기록해오다가 지난 4월 말 무더기 하한가 사태 이후 대폭 증가했다. 월별 일평균 미수금·반대매매 추이를 살펴보면 3월(2098억원·234억원)→4월(2330억원·176억원)→5월(4922억원·489억원)→6월(4725억원·467억원)→7월(5456억원·569억원) 등으로 5월부터 눈에 띄게 증가했다. 올해 7월 3∼4일은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난 날로, 당시 2차 하한가 사태로 인해 거래가 막혀있던 5종목 거래가 재개된 날이었다. 이후 8월과 9월 일평균 반대매매 금액은 514억원, 510억원으로 다소 줄더니 이달 들어서는 531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무더기 하한가 사태 당시 차액결제거래(CFD)뿐만 아니라 해당 종목에 일반 신용융자와 미수 거래를 한 고객들도 있었다”며 “당시 주가가 연일 내리며 미수금과 반대매매가 급격히 늘어났고 7∼8월 이차전지 등 개별종목 등락이 컸던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0조원대에 머물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이달 들어 크게 줄었다. 신용융자 잔고는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리고 난 뒤 투자자들이 상환을 마치지 않은 금액을 말한다. 지난 8월 20조5573억원까지 올랐던 신용융자 잔고는 지난달 말 20조원 아래로 떨어진 뒤 이달 12일 18조5461억원으로 감소했다. 7월 말 10조원이 넘었던 코스닥시장 신용 잔고는 현재 8조7866억원 수준이다. 지수가 내릴 때 신용융자 잔고가 떨어진 다는 것은 반대매매가 늘어난 영향이라는 설명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수가 하락하며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날 때는 개인투자자들이 주가를 바닥으로 인식하고 투자에 뛰어드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지수가 내릴 때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든다는 것은 자발적인 손절매로 인한 청산 또는 증권사에 의한 반대매매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에도 전 세계 증시가 대부분 강세를 보인 것과는 반대로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0.26%, 2.62% 하락하는 등 ‘빚투’로 허약해진 수급이 국내 증시 발목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월초 낙폭이 컸던 경우는 반대매매 물량들이 출회했을 것 같다”며 “코스닥시장의 경우 이차전지로 개인들이 쏠려있었고 시장의 낙폭이 컸을 때 이차전지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출회됐는데 반대매매에도 영향이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인 순매수와 신용 잔고가 빠르게 늘어났던 이차전지 업종이나 코스닥지수를 중심으로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습인데 가격조정이 손절매성 매도를 부르고, 매도가 또다시 매도를 부르는 악순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