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국정감사, 망신주기 보단 문제 해결 도출해야
2023-10-17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매년 가을 시즌이면 어김없이 돌아오는 국정감사장. 올해도 여야는 기업인들을 줄줄이 소환했다.
국감장에 증인이나 참고인으로 출석도장을 찍은 기업인은 지난 2020년 63명, 2021년 92명, 2022년 144명 등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도 100명 안팎의 기업 관계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유통 분야에선 갑질 의혹, 근로자 사망 사건, 잼버리 사태 등을 필두로 주요 유통업계의 수장들을 불러들였다. 환경노동위원회는 직원 안전사고·과도한 수수료 등이 사유로 이강수 샤니 대표·조민수 코스트코코리아 대표 등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 등을, 정무위원회는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문영주 투썸플레이스 대표 등을 각각 증인으로 불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오픈마켓 배송비 정책과 관련해 김상현 롯데쇼핑 대표·전항일 지마켓 대표·강한승 쿠팡 대표 등을 소환했다. 여성가족위원회는 잼버리 사태와 관련해 허연수 GS리테일 대표·구지은 아워홈 대표를 증인 명단에 올렸다. 막판 증인 출석을 면한 CEO도 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은 논란이 된 경기 남양주 물류시설 건설을 중단하면서 증인 출석을 피하게 됐다. 소아 비만 등을 이유로 탕후루 프랜차이즈 대표도 증인 명단에 포함돼 이목을 끌었지만, 결국 다른 임원이 오는 25일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국정감사는 1년에 한 번 국회의원이 소속된 상임위원회의 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들을 대상으로, 지난 1년간의 운영현황을 살펴보고 보완·개선돼야 할 부분을 지적·요구하는 ‘정기국회의 꽃’으로 불린다. 내년 4월 10일에 실시될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21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이기도 하다. 총선을 의식해서인지 올해도 국감장의 분위기는 대체로 비슷하게 흘러갔다. 국정운영 전반에 대해 감시하고 평가한다는 목적은 퇴색됐고, 기업인들을 윽박지르고 질타하는 등 보여주기에 급급했다. 세세한 업무 현안에 대해 100% 알지 못하는 기업 총수를 불러내 이를 질타하고 훈계하듯 질의한 뒤, 제대로 답변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다. 질의 내용도 대부분 회사의 주요 서비스 보다, 더욱 세부적인 내용인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현안을 듣고 관련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기업인을 증인으로 부르는 것이라면 기업 오너, 대표가 아닌 정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일선 실무진을 부르는 게 더 현실적이다. 지난 13일 진행된 국회 보건복지위 사례가 대표적이다. 복지위는 국감장에 각 기업 총수나 대표 대신 임원 등을 대리인으로 소환해 보여주기식의 ‘호통 국감’보다는 실무와 관련성이 큰 임원급을 신문하는 경향을 보였다. 전날 복지위의 보건복지부 국감에서도 당초 부르려던 최수연 네이버 대표를 철회한 대신, 유봉석 서비스 운영 총괄(부사장)이 참석했다. 국감은 국회의 주요한 권한이고 기능이기 때문에 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는 과정에서 기업인을 소환해 의견을 묻는 건 당연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발언이 얼마나 국정에 보탬이 되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몇 년 전부터 국감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돼 국민이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기업 증인 소환’을 약방의 단골처럼 국감 이벤트로 삼아선 안 된다. 국정감사는 망신주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 결국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이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행정부와 기업의 잘못한 부분을 정확히 짚어주고 시정할 수 있는 법적 대안을 제시하는 역할이 국민이 바라는 ‘참 국감’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