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커뮤니케이션 이해총서 『아포칼립스 영화』

- 세상의 멸망, 종말을 즐기다 - 인간의 근원적 공포 다룬 ‘아포칼립스 영화’

2024-10-17     김종혁 기자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죽음이나 멸망, 멸종, 파괴, 최후, 종말 등의 주제는 인간이 가장 공포스러워하는,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두려움의 세계다. 그래서 문학이나 회화, 영화 등을 제작하는 예술인들은 이런 이야기를 끊임없이 다루고, 사람들은 그걸 보고 즐기고 걱정하기도 한다. 가장 겪기 싫어하는 공포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즐겨 보고 읽고 탐닉한다.

이런 예술 장르에 영화만큼 많이 깊게 접근하고 있는 것도 없으리라... 영화가 인간의 멸망이나 종말 등의 주제를 다루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됐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가리켜 <아포칼립스 영화>라고 하는데 이 세계가 독특하다. 아포칼립스 영화의 세계만을 다룬 흥미있고 쫄깃한 책이 나왔다. 아포칼립스 영화를 오래 연구해온 연구자 오세섭이 지은 <아포칼립스 영화>다. 이 책은 일단 재미있다. 일반인들이 단편적으로 보아왔을 공포나 멸망, 종말의 세계를 다룬 영화 장르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역사적 맥락과 어떤 다양한 분야들이 있는지 세세하게 다뤘다. 소행성 충돌, 예언서, 핵무기, 전염병, 괴물, 외계인, 좀비, 자연재해, 기현상, 인공지능 등 듣기만 해도 흥미를 자아내는 소재들과 이 소재들을 다룬 명작들의 내용이 자세히 소개돼 있다. 이를 저자는 계보별로 분류하는데 △소행성충돌 아포칼립스 △예언 아포칼립스 △핵폭발 아포칼립스 △전염병 아포칼립스 △외계인 아포칼립스 등 10가지다. 책은 공포영화 전문 저자의 연구 내공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금방 읽힌다. 더욱이 독자들이 한 번 쯤은 봤거나 또는 들어보았던 명작들의 줄거리나 제작 뒷이야기들이 들어있어 독서의 감칠맛도 있다. 소개되고 있는 분야별 영화에는 세계적 명화들이 들어있지만 간혹 국내 명작들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반갑다. <아포칼립스 영화>는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들에게 아포칼립스 영화 계보를 정리해줄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다. 영화제작이나 콘텐츠 기획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는 해당 분야의 흐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도움이 되는 책이다. 지은이 오세섭은 영화 연구자이자 독립영화감독이다. 중앙대학교에서 청소년 영상문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F 영화에서 기억의 재현 혹은 허구의 기억을 포장하는 방식”(2023) 등 다수의 논문을 게재했으며, 『좀비영화』(2022), 『공포영화, 한국 사회의 거울』(2020)과 같은 공포영화 전문서를 집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