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건설, 이·팔 전쟁에 불똥

수주 지연 및 자잿값 인상 등 가능성 제기 추후 착공 감소 및 공급 축소까지 이어질 수 있어

2023-10-17     나광국 기자
현대건설이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국내 주택업 침체로 중동을 중심으로 해외건설 영토를 넓혀오던 건설업계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으로 위기에 봉착했다.

이·팔 전쟁으로 국내 기업들의 전통 수주 텃밭으로 분류되는 중동 사업 전반에 직접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목표한 해외수주 350억 달러 달성에도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직접적 타격이 없더라도 금리와 원자잿값 상승에 따른 국내 사업 악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1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으로 건설사들이 중동 정세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쟁 지역은 아니지만 사우디와 이라크 등 인근 주변 국가엔 현재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대우건설·삼성엔지니어링·한화 건설부문 등 국내 주요 건설사들이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아직까진 이들 업체에 미친 피해나 부정적 영향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사우디 '네옴시티' 등 중동 지역 해외건설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장기화의 직간접적 여파로 인한 사업 수주 지연 및 차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최대 석유화학단지 아미랄 프로젝트 공사를 50억달러에 따냈고, 삼성물산의 경우 현대건설과 공동 수주한 사우디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주거공간인 ‘더 라인’ 내 지하터널 첫 구간 공사를 진행 중이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국내 기업의 중동 수주 누적액은 79억851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누적 수주액인 66억3362만 달러와 비교했을 때 20% 가까이 늘어난 수준이다. 올해 1~3월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중 중동 지역 내 수주실적은 79억8000만 달러로 전체 34% 수준에 달한다. 건설사별 중동 지역 해외수주 계약 잔액 현황을 살펴보면 상반기 기준으로 삼성물산이 6조3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대우건설과 현대건설 또한 각각 5조8300억원, 5조1400억원 규모의 계약잔액이 중동에 남아 있는 상태다. 건설업계에선 코로나19 이후 중동 지역 국가들이 건설 사업 발주 확대를 재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전쟁이 발발함에 따라 신규수주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이전에도 중동 지역은 분쟁 등으로 불안 요소가 있었기 때문에 보통 이를 감안해 사업에 착수한다”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사업 발주 연기나 취소 가능성은 낮지만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갈 수 있고, 직접적인 영향이 아니더라도 원자잿값 상승과 금리 인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예의주시 중”이라고 말했다. 건설 원자잿값 상승도 불안 요소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시멘트 등 자잿값과 각종 운송비도 함께 올라서다. 이·팔 전쟁이 지상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16일(현지시간)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91.2달러까지 올랐다. 지난 13일 종가는 90.89달러였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 13일 종가 87.68달러에서 이날 87.98달러까지 올랐다. 서진형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경인여대 교수)는 “글로벌 경제 체제가 무너지게 되면 결국 건축 자재비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건설자재 가격이 대부분 유가와 관련이 있다 보니 국내 건설사들도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자재비 인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면 착공 감소와 공급 축소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