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왕관의 빛을 가리는 ‘보여주기식 시상’

2024-10-17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왕관은 영예의 상징이다. 업적과 존엄, 위엄을 총집한 표상이다.

오늘날 사회에서 통용되는 왕관은 머리 위에 올리는 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OO대상‧표창’ 등 공인된 기관이 수여하는 상이 대표적이다. 존경의 박수 소리가 가득해야 마땅할 시상식이 불결한 뒷소문으로 가득 찼다면, 수상의 배경과 시상자의 업적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최근 이웅경 건설업체 (주)웅상의 대표이사가 수훈부문 우수기업인대상 수상자로 선정돼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여성진출이 쉽지 않은 건설산업 분야에서 대통령상부터 각종 장관, 시장상 등을 수상하며 쌓은 업적과 이에 따른 여성 경제인의 사회 진출 기회를 넓힌 점 등을 고려해 수상자로 선정됐다. 여성 사회인 배출 및 육성 등에 기여했단 평에 힘을 실은 또 다른 주요 대목은 이 대표의 ‘전(前) 한국서울여성경제인연합회(이하 여경협) 서울지회 회장’ 타이틀이다. 실제로 해당 대상 조직위원회는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이웅경의 경제활동을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여경협에서 과오로 퇴출된 인물이었다. 이 대표는 2017년 10월 31일 휴‧폐업한 (주)경상의 대표 자격으로 2018년 11월 여경협 서울지회 임원선거에 입후보 후 선출돼 서울지회 부회장 겸 본회 이사로 활동한 바 있다. 여경협은 지난해 8~9월 이 전 서울지회장에 대한 감사요청 민원을 접수했고, 경상에 대한 크레탑(CRETOP) 조회 결과, 2017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금융권 신용불량 및 국세체납 등재 등이 확인됐다. 이는 임원자격뿐 아니라 협회 회원 자격 상실 사유에 해당, 이 대표는 ‘제명’ 조치됐다. 이에 지난 1월 이 전 서울지회장은 이정한 여경협회장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은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결정했다. 이 외에도 서울지회 회원 2인을 대상으로 한 명예훼손 고발 모두 불송치 결정됐다. 이 전 서울지회장의 제명 조치가 합당했음을 법적으로 판시받은 셈이다. 시상자 측에 이 대표를 우수기업인대상 수상자로 선정한 배경을 문의한 결과, 이 대표의 그간의 공적을 기반으로 한 추천이 있었단 답변을 받을 수 있었다. 추천을 받고 난 후 수상자 결정 과정에서 SNS 등을 통해 업적을 확인했지만, 당시 여경협 회원 제명자인 것까진 파악하지 못했단 설명이다. 시상자 측은 “수상 및 관련 기사 게재 후 여경협 내 명분이 없는 인물인 것을 뒤늦게 알게 됐고, 제목과 본문을 수정했다”며 “수상자 선정은 통상적인 추천 경로였음을 알린다”라고 전했다. 이웅경 대표는 "조직위원회로부터 공적을 인정받아 수상자로 선정되었을 뿐, 여경협 지회장 이력을 배경으로 상을 받은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받은 상은 국내외 정치, 경제, 자치행정, 문화예술, 스포츠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한민국의 위상과 국격을 높인 인물에게 수여된다. 해당 대상에 선정된 주인공들은 각종 인터넷 매체 기사는 물론, 주최‧주관사 신문과 책자 발행에 수록되며, 소셜 네트워크, UCC 동영상 등 방송에 노출된다. 사회의 본보기가 되는 위인들에게 씌워주는 왕관의 의미가 퇴색됐다. 업적에 떳떳하지 못한 인물들이 보란 듯이 왕관을 얹고 각종 매체, SNS, 방송에 노출된다면 사회엔 어떤 울림을 주게 될까. 사회적 물의를 빚어도, 감투만 잘 쓰면 왕관을 쓸 수 있단 그릇된 본보기를 낳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