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트럼프 우세' IRA 기조 바뀌나…K-배터리, 美 투자 리스크 확대
‘IRA 폐지’ 공언한 트럼프, 내년 美 대선 재선 가능성 커져 IRA AMPC 수혜는 진행형…LG엔솔 3분기 역대실적에 기여 LG·삼성·SK 초대형 美 현지공장 프로젝트 비용 확대도 우려
2023-10-17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미국 시장에 대대적인 투자를 진행 중인 국내 배터리 업계가 ‘트럼프 리스크’에 직면했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인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대표적인 친환경 정책인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IRA의 보조금을 기대하고 미국 투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로서는 적지 않은 불확실성 리스크에 놓이게 된 상황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내년 미국 대선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최근 북미 전기차 시장은 IRA 등 바이든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전환 정책 덕분에 빠르게 성장했다. 올 1~5월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 기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미국 전기차 시장은 중국(47.3%), 유럽(23.9%)에 비해 높은 54.1%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IRA 효과는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북미 전략을 수립하는 데 핵심 고려 사항 중 하나다.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수혜 효과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LG엔솔이 올 1분기부터 3분기까지 AMPC로 받은 혜택은 총 4267억원에 달한다. SK온은 올 상반기 AMPC로 1670억원의 수혜를 입었다. 삼성SDI는 2025년부터 AMPC 수혜가 예상된다. 특히 북미 진출에 가장 적극적인 LG엔솔의 경우 올 3분기 글로벌 불경기 속에도 역대급 실적이라는 쾌거를 거둔 배경에는 AMPC 공이 컸다. LG엔솔은 3분기 영업이익 7312억원을 기록했다. 시장 전망치(컨센서스) 6911억원을 뛰어넘은 ‘어닝 서프라이즈’다. 여기에는 전체 영업이익의 29.4%를 차지하는 AMPC 2155억원이 있었다. 업계에서는 LG엔솔,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2032년까지 받을 AMPC 수혜가 18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국내 배터리 3사가 북미에 투자하는 현지공장 규모를 살펴보면 이러한 추산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LG엔솔은 GM과 합작사(JV) 형태로 오하이오, 테네시, 미시간 주 3곳에 공장을 구축 중이다. 여기에 혼다와 오하이오 주, 현대차와 조지아 주에도 합작공장을 짓고 있다. 독자공장으로 미시간, 애리조나 주에도 확보 중이다. 스텔란티스와는 캐나다에 공장을 짓는다. 여기에 최근 세계 1위 자동차 업체 일본 토요타에 배터리 공급을 위해 미시간 공장에 총 4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삼성SDI는 인디애나 주에 스텔란티스와 2개, GM과 1개 등 총 3개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SK온은 포드와 합작으로 테네시 주 1개, 켄터키 주 2개를 짓는다. 현대차와도 조지아 주에 1곳을 건설한다. 독자공장으로도 조지아 주에 공장 2곳을 돌리고 있다. 특히 SK온의 경우 가시적인 수율 개선에 따른 IRA 수혜 기대치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SK온은 최근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조지아 주 공장의 수율이 올 2분기 크게 개선돼 3분기에는 정상수준인 90%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SK온의 조지아 주 공장의 생산성이 기업 내 최고 수준인 만큼 수율 개선에 따른 AMPC 수혜가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는 곧 SK온의 첫 흑자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대대적인 IRA 수혜가 내년 트럼프 재선이라는 변수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년 트럼프 재선이 현실화돼 IRA가 뒤집힌다면 국내 배터리 업계의 타격은 상당한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재선될 경우 IRA와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지하겠다는 공언을 내놓은 상태다. 여기에 미국에서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은 ‘트럼프 IRA 폐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GM·포드·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3사를 상대로 파업한 UAW는 4년간 36% 임금 인상, 주 3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처우 개선과 함께 전기차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정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IRA 폐지를 앞세워 바이든 정부의 급격한 전기차 전환 정책을 집중 공격하는 이유다. 문제는 IRA 폐지를 내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의 재선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달 워싱턴포스트(WP)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51%)이 바이든 대통령(42%)보다 9%p나 앞서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다급해진 바이든 대통령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는 최초로 UAW 파업시위 현장을 찾아 노조를 지지하기도 했다. 그나마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폭스뉴스에서는 바이든 대통령(49%)이 트럼프 전 대통령(48%)보다 1%p 앞서는 상반된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