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홈쇼핑 송출수수료 갈등…근본 해법 찾아야
‘블랙아웃 D-2’ 현대홈쇼핑-KT스카이라이프, 막판 협상 난항 대부분 '극적 타결' 수순 밟고 있지만 매년 갈등 반복 경기 침체 장기화 여파로 내년은 더 치열해질 전망 근본 해법 마련 시급…"합리적 대응 체계 마련해야"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송출수수료를 둘러싸고 매년 반복되는 홈쇼핑과 유료방송업계 간 갈등을 풀 명확한 해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올해도 업계 곳곳에서 양보 없는 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블랙아웃(송출 중단)' 현실화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시청자들의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홈쇼핑업계와 유료방송업계는 최근 송출수수료와 관련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일부 업체는 협상 과정에서 난항을 겪고 있다. 현대홈쇼핑과 KT스카이라이프는 송출 중단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여전히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계약 갱신이 이뤄지지 않으면 오는 20일부터 KT스카이라이프에서 현대홈쇼핑 방송 송출이 중단된다.
현대홈쇼핑은 수수료 인하와 함께 채널 번호를 뒷번호(현재 6번)로 옮기는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파에 가까운 앞번호일수록 채널 사용료가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T스카이라이프는 송출수수료를 정확하게 책정할 근거가 될 데이터를 요구하며 맞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홈쇼핑 방송채널 사용계약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홈쇼핑 방송을 통해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의 증감 △유료방송 가입자 수 증감 △모바일·인터넷에서 판매된 방송상품 판매총액 △시청데이터 등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해야 하는데, 현대홈쇼핑은 인하 희망 가격만 제시하고 있다는 것. 채널 번호 이동 역시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이 이미 해당 번호대를 선점하고 있어 쉽게 변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앞서 NS홈쇼핑과 LG유플러스는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이달 과기정통부 산하 대가검증협의체를 구성해 눈길을 끌었다. 송출수수료 협상 과정에서 협의체를 발동한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운영 지침에 따르면 최대 8개월간 협상에도 계약이 체결되지 않거나 사업자 중 일방이 협의 종료 의사를 밝힌 경우 협의체를 구성할 수 있다. 5~7인 규모로 위원단을 꾸려 △대가 산정 시 고려요소의 값과 자료제공 등 성실협의 원칙 △불리한 송출 대가 강요 금지 △대가산정 시 고려요소의 적정성 등 가이드라인 준수 여부를 검증한다.
협의체는 그동안 실효성 측면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강제적 조정 기능이 없기 때문에 산정안까지 제안하지는 않으며, 중재가 아닌 사업자 간 계약 공정성 검증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다만 양사가 18일 극적으로 협상을 타결하면서 협의체도 수수료 검증 절차를 중단했다. 다만 아직 협상이 진행 중인 곳들이 남아 있는 만큼 향후 협의체가 다시 가동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에 따라 업계는 블랙아웃 현실화보다도 '극적 타결'을 이룰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앞서 롯데홈쇼핑과 딜라이브도 지난달 27일 송출 중단을 나흘 앞두고 큰 틀에서 합의를 이룬 전적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홈쇼핑 역시 LG헬로비전에 이달 블랙아웃을 예고했지만 지난달 막바지 협상을 이끌어내면서 송출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근본적인 개선안이 도출되지 않으면 내년에도 악순환이 반복될 것이란 입장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장기화 양상을 감안하면 송출수수료를 둘러싼 갈등이 앞으로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특히 유료방송업계에서는 데이터에 기반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송출수수료 산정 기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홈쇼핑의 매출과 영업 이익이 줄었다는 지표는 존재하지만 모바일·인터넷 매출 등 일부 자료는 공개하지 않고 있어 유료방송 가입자 수 감소에 의해 매출이 줄어든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위성방송 및 SO 상대로 분쟁이 진행되는 양상이지만 이런 흐름대로라면 내년부터는 가입자가 많은 IPTV까지 분쟁이 확전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며 "정부는 홈쇼핑이 현재 공개하지 않고 있는 자료를 확보, 정확한 매출 데이터를 검증해 매년 반복되는 분쟁을 종결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모바일·인터넷 등 윈도우 확대와 취급 상품 라인업 결정까지 모두 홈쇼핑의 경영적 판단을 통해 이뤄졌을 것"이라며 "때문에 홈쇼핑 실적 하락의 책임을 송출수수료에 전가시키는 건 옳지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