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 83곳 오너 주담대로 1.5조 빌려

CEO스코어, 중견그룹 오너家 주식담보 조사 롯데관광개발 담보비율 94.9%로 ‘최대’

2024-10-18     이보라 기자
사진=CEO스코어

매일일보 = 이보라 기자  |  중견그룹 83곳의 오너일가가 보유 주식을 담보로 제공하고 받은 대출 금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담보주식 비율은 롯데관광개발(LT)그룹 오너일가가 가장 높았고 대출액은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가장 많았다.

18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공정자산 2조원 이상 중견그룹 103곳 중 상장 계열사가 1개 이상 있는 83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 9월 말 현재 오너일가의 주식담보 대출금액(계열관계사에 대한 담보제공 제외)은 1조47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주식담보 대출금액 공시가 의무화된 지난 2020년 12월 당시 1조1256억원보다 3532억원(31.4%)이나 늘어난 수치다. 개별 그룹 오너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LT그룹(94.9%)으로 나타났다. LT그룹 오너일가의 담보주식 비율은 2020년 말 85.1%였으나 3년여 새 9.8%포인트(p) 증가했다. LT그룹 오너일가 개인별 담보주식 비율은 김기병 롯데관광개발 회장이 97.5%, 김 회장의 배우자인 신정희 동화면세점 대표가 100%, 자녀인 김한준 롯데관광개발 대표 100%, 김한성 동화면세점 대표 65.7%로 각각 집계됐다. 오너 일가가 보유주식의 절반 이상을 담보로 제공한 그룹도 9곳(LT‧한미약품‧코스맥스비티아이‧NICE‧한국콜마‧현대‧조선내화‧파라다이스‧동아쏘시오)에 달했다. 오너 일가 보유주식에 대한 담보 비중이 높다는 것은 해당 기업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이 그만큼 공고하지 못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기준 주식담보 비율 상위 10개사는 한미약품(85.9%), 코스맥스비티아이(75.7%), NICE(74.2%), 한국콜마(70.0%), 현대(66.9%), 조선내화(55.7%), 파라다이스(52.4%), 동아쏘시오(52%), 한일홀딩스(45.3%) 등이다. 한미약품, 조선내화, 파라다이스, 동아쏘시오 4곳은 주식담보 비율이 2020년 당시 50% 미만이었으나 3년 새 절반을 넘겼다. 반면 2020년 주식담보 비율이 50%를 넘었던 한일홀딩스는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크게 증가한 그룹은 한미약품으로, 2020년 33.6%에서 올 9월 85.9%로 52.3%p나 늘었다. 그 외 10%p 이상 늘어난 그룹은 풍산(19.6%p), 이지홀딩스(16.5%p), 화승(15%p), 동아쏘시오(14.9%) 등 8곳에 달했다. 같은 기간 주식담보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그룹은 한진중공업홀딩스로 2020년 96.1%에 달했으나 올 9월에는 주식 담보가 전혀 없었다. 뒤이어 티케이지태광(75.9%p), KISCO홀딩스(31.9%p), 무림(26.9%p), HLB(19%p) 등 7곳이 10%p 이상 감소했다. 대출액 기준으로 보면 한미약품그룹 오너일가가  477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한미약품은 보유주식 대비 담보주식 비율도 85.9%로 전체 2위에 올랐다.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이 1678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은 1317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장(720억원, 6위)과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680억원, 7위)도 순위권에 집계됐다. 이밖에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938억원) △강정석 동아쏘시오홀딩스 회장(894억원) △김원우 NICE 이사(785억원) △윤상현 한국콜마홀딩스 부회장(575억원) △현정은 현대 회장(524억원) △방시혁 하이브 의장(495억원)이 각각 10위권 안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