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마라톤,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

2024-10-18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
김원식

매일일보  |  “나는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 달리는 것은 아니다. 그저 달리고 싶어서 달릴 뿐이다. 달리기는 내 취미요 인생이다. 다른 사람하고 경쟁하면 더욱 재미있다. 그것 뿐이다. 나는 죽을 때까지 달릴 것이다. 달리는 것 자체를 인생으로 알고 그것을 즐기며 오늘도 나는 달린다.”

1972년 뮌헨 올림픽과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5000m와 10000m 두 종목을 연속해서 석권하며 세계 스포츠 역사를 바꾼 라세 비렌(핀란드)의 장거리 육상 영웅이 한 말이다.  공무원 마라토너로 잘 알려진 일본의 가와우치 유키 선수는 지난 2018년 보스턴 마라톤에서 우승하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다른 이들의 우승에 비해 그의 우승이 유독 주목을 받은 것은 그가 전문 엘리트 마라톤 선수가 아닌 일반인, 그것도 공무원 신분의 아마추어 마라토너였기 때문이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을 현실로 만들어 낸 가와우치 유키는 포기하지 않는 노력 끝에 꿈을 이룬 마라톤 영웅이 되었다. 최근 우리나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가한 홍콩 배우 저우룬파(주윤발)는 인터뷰에서 마라토너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현재의 나는 영화인이 아닌 마라토너다”라고 말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그는 부산에서 10km와 하프 코스에 도전하겠다며 마라톤에 대한 도전과 애정을 드러냈다.  가을은 달리기에 좋은 계절로 마라톤 시즌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10여 개 이상의 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풀코스(42.195km), 건강코스(5km), 단축코스(10km), 하프코스(21.0975km) 등 자신이 원하는 코스를 선택할 수 있다.  마라톤대회에 참여하거나 달리기를 시작하고 싶다면 먼저 걷기부터 시작해 몸을 적응시켜야 한다. 이후 걷기와 뛰기를 병행하면서 조깅을 하고, 본격적으로 달리기를 시작하면 좋다. 건강과 체력을 키우기 위해 속도를 높이는 것에 치중하지 말고, 전신에 힘을 빼 자신의 신체 능력에 맞는 페이스로 30분에서 1시간, 주 3회 정도 천천히 달리는 것이 좋다.  물론 경쟁하고 기록을 단축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어떤 운동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오랫동안 즐기는 것이다.   달리기 전 충분한 준비운동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리는 요령을 익힘으로써 자신만의 자세와 페이스를 찾아야 한다. 또, 초보 마라토너라면 완주가 목표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세계 마라톤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지난 8일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켈빈 킵툼(24·케냐) 선수가 2:00:35로 남자 마라톤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2022 베를린 마라톤에서 엘리우드 킵초게(38·케냐)가 세운 2:01:09의 세계 신기록을 뛰어넘은 것이다. 인류의 꿈인 '서브 2(2시간 이내에 마라톤 풀코스 완주)'에 36초 차로 한 발짝 다가서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마라톤은 자신의 한계에 도전하는 고독한 싸움이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린다. 앞에서, 뒤에서, 좌우에서 나와 똑같이 고통을 감내하며 묵묵히 달리고 있다. 죽을 힘을 다해 오르막길을 오르면 탁 트인 시야와 함께 내리막길이라는 보상이 주어진다. 체력은 고갈될지라도 정신은 한없이 맑아지고 기분 또한 상쾌해서 건강하고 행복해진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함평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