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뜨거워진 하반기 맥주 대전, 진정한 승자는
하이트진로·오비맥주 양강 구도 속 롯데칠성 신제품 출시 임박 노 재팬 딛고 3년만 부활한 일본 맥주…업계 경쟁 ‘격화’ 전망
2024-10-19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올 연말 맥주기업 간 ‘왕좌의 게임’은 후끈 달아오를 전망이다. ‘테라·켈리’ 쌍끌이 전략을 펼치는 하이트진로와 ‘카스·리뉴얼 한맥’을 앞세워 오비맥주가 점유율 싸움을 벌이는 상황에서 롯데칠성음료가 ‘클라우드’ 맥주 신제품으로 도전장을 내밀면서다. 또한, ‘노 재팬’ 여파로 국내 시장에서 부진을 이어가던 일본 맥주 인기가 다시 부활하면서 맥주 시장을 둘러싼 출혈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19일 한국맥주문화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맥주 시장은 소매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 성장한 약 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73%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이 차지했다. 하이네켄, 칭따오 등을 비롯한 수입맥주는 23%, 편의점 수제맥주가 2%를 점유했다. 기타 소규모 맥주 회사와 크래프트 수입 맥주가 2%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내달 안으로 시원함·청량감을 콘셉트로 한 클라우드 신제품을 공개할 방침이다. 올 상반기 클라우드 브랜드 리뉴얼 작업을 단행하겠다고 밝혔으나, 당초 취지와 달리 신제품을 마련한 것이다. 신제품을 앞세워 오랜기간 형성된 오비맥주와 하이트진로의 양강 구도를 흔들겠다는 심산으로 풀이된다. 리뉴얼 제품은 맛이나 고유 특성은 살리면서 디자인 같은 부분적인 변화만 이뤄져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 신제품명은 ‘클라우드 칠스’가 거론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클라우드 신제품 공식 론칭 날짜는 특별히 구체화된 건 없으나, 다음달(11월) 중으로는 출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비맥주는 ‘카스’와 ‘한맥’을 전면에 내걸고 있다. 지난 3월 한맥 리뉴얼 단행에 더해 광고모델로 가수 겸 배우 수지를 기용했다. 새로워진 한맥은 뛰어난 거품 지속력과 부드러운 목넘김이 특징이다. 제품 디자인도 ‘K-라거’의 정체성을 한국적인 요소로 살려냈다. 한맥은 지난 7~9일 사흘간 열린 뮤직 페스티벌 ‘슬로우 라이프 슬로우 라이브 2023’에 공식 후원사로 나서기도 했다. 하이트진로는 기존 ‘테라’와 더불어 지난 4월 론칭한 ‘켈리’로 연합작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테라를 선보인 이후 4년만에 실적 반등 열쇠로 내놓은 제품이다. 일명 ‘손석구 맥주’로 불릴 만큼 스타모델을 통한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 성공했다. 그 결과, 출시 99일만에 1억병, 최근에는 2억병 판매고를 돌파해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그간 우려했던 테라와의 카니발리제이션(자기 잠식)도 없었다. 한편, 일본 제품 불매운동(노재팬) 분위기가 가라앉자, 일본산 맥주도 국내 맥주를 위협하는 모양새다. 관세청 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1∼8월 일본 맥주 수입량은 전년 동기 대비 238% 가량 치솟은 3만6573t을 기록하며 전체 맥주 수입량의 21.9%를 차지했다. 2021년 9위에서 지난해 3위에 등극한 데 이어 올해 1위를 탈환한 것이다. 이 가운데, 아사히의 경우 맥주 가정 시장에 상위권에 포함되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7월 아사히 맥주 소매점 매출은 277억6000만원(점유율 8.09%) 집계됐다. 하이트진로 켈리(233억9400만원)를 앞질러 국내 맥주 시장(가정 시장)에서 매출 3위를 차지한 것이다. 아사히 생맥주캔은 지난 5월 국내에 한정 수량으로 첫 상륙해 품절대란을 일으킨 뒤 7월부터 공식 출시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맥주 시장은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의 양강 구도가 거셌는데, 출시 임박한 롯데의 신제품 클라우드가 앞으로 얼마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며 “국내 맥주 업계의 치열한 경쟁 속에 꾸준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맥주 또한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