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이제 우리는 노벨상을 논하지도 않는다

2024-10-19     매일일보
원동인
매년 10월 첫째 월요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6일 동안 분야별 수상자가 발표된다. 2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3일 물리학상, 4일 화학상까지 과학 부문 노벨상 수상자 발표된다. 이어 5일에는 문학상, 6일 평화상, 9일 경제학상 순으로 2023년 노벨상 수상자는 모두 발표되었다. 노벨상은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으로 제정된 상이다. 1901년 시작 되어, 120년 넘게 전통과 권위를 이어온 상의 명예에 더해 노벨상이 유명한 이유는 상금 때문일 것이다. 1000만 스웨덴 크로나, 약 12억원가량이다. 부자들은 대부분 편법을 써서라도 재산을 물려주려고 안달인데, 왜 노벨은 힘들게 번 재산을 고스란히 남겨 상을 만들라고 했을까? 널리 알려진 이유는 한 신문이 실수로 낸 부고 때문이라는 것. 알프레드 노벨의 형 루드빅 노벨이 사망했을 때 한 프랑스 신문이 망자가 알프레드 노벨인 줄 알고 오보를 냈다. 부고의 내용은 '죽음의 상인, 죽음을 맞다', '많은 인간을 빠르게 죽이는 방법을 발명해 부자가 된 알프레드 노벨 박사가 어제 사망했다'였다. 알프레드 노벨은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화학자이자 뛰어난 사업가다. 산업혁명과 함께 탄광 개발 붐이 일자 노벨은 세계 각지에 다이너마이트 제조사를 차려 일약 백만장자가 되었다. 다이너마이트는 산업에만 쓰이는 것이 아니다. 발명가의 의도는 아니었지만 전쟁에도 쓰였다. 이를 두고 노벨을 '죽음의 상인'이라 칭한 것이다. 노벨은 이 기사를 보고 꽤나 충격을 받은 모양이다. 인류가 자신을 죽음의 상인이 아닌 과학의 후원자로 기억하기 원해서였을까? 노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유언장을 남겼다. 자신이 죽은 후 재산을 털어 노벨재단을 설립하고 매년 국적에 상관없이 지정한 분야마다 '인류에 위대한 기여를 한 이'에게 상을 주라는 것이었다. 노벨위원회는 그의 유언에 따라 수상자를 발표할 때 인류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구체적으로 밝힌다. 노벨상은 단지 한 분야에 뛰어나다고 해서 받는 상이 아니다. 해당 연구나 업적이 인류에 긍정적 기여를 했기에 받는 상이다. 우리는 매년 10월이면 "우리는 언제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까?" "왜 우리는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을까?"라는 의문과 함께 기초과학에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둥의 뉴스·토론회 등 많은 이야기, 과학 분야의 투자 및 과학자와 연구원에 대한 격려와 성원이 있었다. 120년 동안 과학 분야에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는 것은 우리가, 우리나라가 인류 발전에 공헌한 게 아직 없다는 것이다. 과학 분야에 대한 투자는 우리나라의 생존에 직결되어 있고 여기서 더 나아가 인류 발전에 공헌하는 것이다. 그런데 2023년 10월, 노벨상의 계절이 되어도 토론도, 걱정도, 그리고 과학자와 연구원에 대한 응원과 성원도 없다. 지금의 우리는 미래도 설렘도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 2023년 10월은 너무 서글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