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 지명에…野 '송곳 검증' 예고
민주 "대학교 동기 임명…공사 구분 못 해" 인사청문회 거쳐 국회 통과해야 임명 가능
2024-10-19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신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하자 야당이 강하게 반발했다. 윤 대통령이 친분과 인연에 얽매여 부적격자를 지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이 후보자가 임명되기 위해서는 인사청문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지만, 사실상 야당이 임명 열쇠를 쥐고 있는 만큼 철저한 검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낙마시킬 경우 사법 수장 공백을 초래했다는 부담감도 상존할 전망이다.
19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18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윤 대통령이 신임 헌재소장 후보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명했다"고 전했다. 김 비서실장은 "(이 후보자는) 지난 5년간 헌법재판을 담당해 온 현직 헌법재판관으로서 뚜렷한 소신과 해박한 법률 지식을 바탕으로 대한민국 헌법 질서 수호에 앞장서 오신 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헌법재판소를 이끌면서 확고한 헌법수호 의지와 따뜻한 인권 보호 정신을 동시에 실현하고, 우리 사회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조정·통합하는 역할을 빈틈없이 잘 하시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 동기인 이 후보자를 헌재소장에 지명하자 야당은 즉각 비판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국회 브리핑에서 "브레이크를 밟으라고 했더니 엑셀을 밟았다. 윤 대통령의 사전에 반성이란 단어는 없는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민심에 대한 답변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아무리 친분이나 인연을 인사 기준으로 삼아왔다고 하지만 해도 너무하다"며 "대통령 친구의 절친이란 이유로 부적격자를 사법부 수장(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으로 지명하고, 이번에는 아예 대학교 같은 과 동기 친구를 헌재 소장으로 임명하다니 공사 구분이 안 되는가"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신임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공은 국회로 넘어가게 됐다. 헌재소장은 대법원장과 마찬가지로 국회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한다. 임명동의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과반 찬성해야 가결된다. 사실당 다수당인 민주당이 임명 여부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자가 윤 대통령과 사적 인연인 점을 부각하며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방침이다. 윤영덕 원내대변인은 19일 서면 브리핑에서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는 대통령의 친구를 넘어 보수 정권의 친구가 될까 우려된다"며 "민주당은 이종석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으로서 자격을 갖추었는지 철저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사법 수장 공백이 길어지는 점은 민주당으로선 부담이다. 특히 이 후보자까지 낙마시킬 경우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소장까지 양대 사법수장의 공백을 초래했다는 책임을 떠안게 되는 만큼 신중한 분위기다. 앞서 민주당은 이균용 전 대법원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헌재소장보다는 신임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여당도 '사법 공백 책임론'으로 압박에 나섰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에서 민주당을 향해 "또다시 '아니면 말고'식 폭로나 억지 논리로 발목 잡기를 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더 이상 사법 공백 사태는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