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매각, M&A 앞둔 대승적 결단'…30일 아시아나 이사회에 쏠리는 시선들

반대론자들, 배임 가능성 거론…독자 생존 불가능성 반론 대한항공, 같은 날 이사회 열고 M&A 관련 방안 논의 예상

2024-10-19     박규빈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아시아나항공이 오는 30일 이사회를 개최해 화물 사업부 매각 여부를 결정한다.

1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사회를 열고 화물본부 매각 안건에 대한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산업은행 주도의 대한항공과의 기업 결합 심사를 진행 중인 유럽 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양사 합병에 따라 인천-독일·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역내 4개국 화물 노선에서 경쟁 제한성이 우려된다며 관련 시정 조치안을 제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이 이달 말까지 EU 집행위(EC)에 낼 시정안에는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분리 매각안과 프랑크푸르트·파리·로마·바르셀로나 등 유럽 4개 도시행 슬롯을 일부 반납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에는 절차상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만약 이사회가 화물 사업 매각을 부결시킬 경우 지난 3년 간 이어져 온 인수·합병(M&A) 작업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나항공 사외이사들의 판단에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기간 산업 안정 기금 등으로부터 받은 3조6000억원의 공적 자금의 향배가 결정된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본부 매각을 결정해도 EC가 합병 승인을 내려주는 건 아니다. 하지만 화물 사업 분리에 따른 제약이 사라지는 만큼 EC로부터 '조건부 합병 승인'을 얻어낼 공산이 커진다. 대한항공은 '선 승인, 후 매각' 원칙에 따라 기업 결합을 진행하고 나서 내년 중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를 다른 항공사에 팔아 경쟁 제한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다는 제안을 시정안에 담을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화물본부 매각안이 30일 통과 여부는 현 시점에서는 알 수 없지만 '이사회 때문에 범 국가적 국적 대형 항공사 통합 작업이 어그러졌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워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아시아나항공 이사진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4명 등 총 6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화물본부 매각에 따른 사업·재무적 실익과 실제 진행 시 임직원 처우 등 제반 측면을 살펴보고 있다. 안건 통과를 위해서는 4명 이상의 찬성을 요한다. 의견은 일부 엇갈리는 것 전해지는 만큼 사외이사 4명의 결정에 아시아나항공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화물본부 반대론자들은 EC 요구를 수용할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없어지는 것과 다름 없어 '국내 항공 산업 경쟁력 강화'라는 당초 통합 취지에 어긋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매각 결정이 아시아나항공 이익에 배치된다는 결론이 도출되면 나중에 배임 문제로까지 번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동조합(APU)과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ALPA-K)는 극렬한 반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지난달 화물본부 분리 매각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조종사협회도 지난 11일 합병 중단 성명을 발표했다. 아시아나항공 일반 노동조합도 합병 반대 서명을 받고 있고, 오는 20일까지 이사회에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그러나 화물 사업 매각 없는 합병은 성립 자체가 불가하고, 양사 통합 작업의 대 전제가 아시아나항공의 회생 불가능성이다. 따라서 화물본부 매각이 선행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이 공중 분해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이미 독자 생존이 어려운 '좀비 기업'인 만큼 대한항공과의 M&A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2014억원을 거뒀지만 부채 비율 1741.4%, 이자 비용이 2023억원으로 번 돈보다 더 많은 액수를 지출해 빈털터리 상태다. 아시아나항공 조종사 노조는 '제3자 매각'을 공개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하지만 올 상반기 기준 아시아나항공 단기 채무 상환 능력의 척도인 유동 비율은 현재 44.6%에 지나지 않고, 부채 총계는 13조73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3335억원이 늘어났다. 때문에 부실 덩어리인 아시아나항공을 사들일 기업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 재계 중론이다. 설령 산업은행이 제3자 매각을 추진한다 해도 이 과정에서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부실은 더욱 심화될 것이 명약관화 해 상황이 여의치 않다.  대한항공 역시 30일 아시아나항공과 이사회를 열어 M&A 관련 사안과 지원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화물본부 매각을 결정하면 30일 경 EC에 시정안을 제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