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4高’에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 4분기 경기전망 악화일로
4분기 유통업 경기전망지수 83…기준치 100 미충족 차세대 사업 모색·발굴 통한 새 돌파구 찾기 집중 전망
2024-10-22 민경식 기자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앞두고 이른바 ‘4고 현상(고물가·고금리·고환율·고유가)’여파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기업들은 새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차세대 사업 발굴에 전사적 역량을 모으고 있다.
22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업체 500개사를 대상으로 올 4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를 실시한 결과, 전망치가 83으로 조사됐다. 올해 들어 경기전망지수는 1분기 64, 2분기 73, 3분기 77에 이어 이번 분기까지 회복세를 보였으나, 기준치인 100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경기전망지수는 유통기업의 경기 판단과 전망을 바탕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100 이상이면 다음 분기의 소매유통업 경기를 지난 분기보다 긍정적, 100 미만은 부정적인 뜻을 내포한다. 대한상의는 “고금리·고물가 지속에 경기 회복이 지연되는 가운데 국제유가와 환율이 급등하고 먹거리, 교통·전기 요금마저 줄인상이 예고되면서 소비시장 위축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업태별로 보면, 편의점(3분기 86→4분기 80)과 슈퍼마켓(71→67)은 부정적인 전망이 상승했다. 온라인쇼핑(71→86)은 고물가 지속에 따른 가격 우위 부각에 긍정적 전망이 많아졌다. 백화점(3분기 79→4분기 88)과 대형마트(93→88)의 상대적 선방이 예상됐다. 특히 백화점은 오프라인 업태 중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기대감이 높아졌다. 4분기에 연말 성수기가 있고 중국 단체관광객도 증가세여서 실적 반등이 기대됐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고금리·고물가 상황이 예상보다 장기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라며 “이런 상황이 지속될수록 가계 부담이 높아지고 실질소득이 줄어들며 소비가 감소되는 만큼, 고금리·고물가를 상수(常數)로 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로 경영 환경에 먹구름이 드리우자 유통업계는 미래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전개하는 모양새다. 이커머스 기업들은 엔데믹 국면으로 외부활동이 활발해지자 기존 온라인 사업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영토 확장에 나섰다. 홈쇼핑 업계는 미디어 환경이 온라인·모바일 중심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를 고려해 TV 의존도를 줄어가는 대신 라이브커머스(라방), 유튜브 등을 통한 채널 다각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백화점업계는 실적 개선 카드로 아트, 리테일 테크, 식음료(F&B) 등 사업으로 손을 뻗치고 있다. 뷰티기업들은 헬스케어·이너뷰티 트렌드에 발맞춰 건기식 사업 경쟁력을 늘리고 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6조1429억원을 달성하며 역대 처음 6조원을 상회했다. 이는 8년 전인 2014년(2조36억원)과 비교해 약 3배 가까이 규모가 불어난 것이다. 패션기업들은 단순 의류 판매 활동에서 벗어나 브랜드 가치를 소비자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알릴 수 있는 여러 신사업을 낙점해 위기의 파고를 뛰어넘으려는 모양새다. 뷰티 사업 진출을 비롯한 식·음료, 항공, 엔터테인먼트 등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이를 기존 패션 사업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겠다는 복안이다. 업계 관계자는 “3고 현상에 더해 고유가 변수까지 맞물리면서 업황에 빨간불이 켜지자 기업들은 앞다퉈 신사업 모색에 주력하며 체질 개선에 역점을 두는 모습”이라며 “신사업은 즉각적인 수익 확보를 담보하긴 어렵더라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신규 고객 유입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의 생존전략 중 하나로 떠오르는 거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