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전성 비상’ 금융권 연체율 상승일로
4분기 연체 증가 속도 더 빨라질 것
2023-10-22 이채원 기자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고금리와 경기 부진이 길어지면서 금융권의 연체율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은행들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작년 동기보다 두 배가 넘는 부실 대출 채권을 장부에서 털어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9월 말 기준 단순 평균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1%(가계대출 0.27%·기업대출 0.34%)로 집계됐다. 8월 말(평균 0.34%·가계 0.30%·기업 0.37%)보다 0.03%포인트(p) 낮지만, 작년 9월 말(평균 0.18%·가계 0.16%·기업 0.20%)과 비교하면 0.13%p 높다. NPL 비율도 한 달 사이 평균 0.29%에서 0.26%로 0.03%p 하락했으나 1년 전(0.21%)과 비교하면 0.05%p 상승했다. 연체율의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지원 종료 등 영향으로 연체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며 “자산 건전성 제고를 위한 대손 상각·매각도 4분기 이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대규모의 상·매각이 이뤄지면 가계대출 잔액이 줄어드는 만큼 가계대출 증가 속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한은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9월 은행권과 전체 금융권의 가계대출은 8월 말보다 각 4조9000억원, 2조4000억원 늘었다. 증가 폭이 한 달 사이 2조원, 3조7000억원씩 줄었는데, 주요 원인으로 대규모 부실채권 상·매각이 꼽힌 바 있다. 5대 은행은 올해 1∼9월 3조2201억원어치 부실 채권을 상각 또는 매각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1조5406억원)의 2배가 넘는 규모로 지난해 연간 규모(2조2711억원)를 넘어선 수준이다. 은행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을 ‘고정 이하’ 등급의 부실 채권으로 분류하고 별도 관리한다. 이후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되면 장부에서 지워버리거나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매각한다. 상각 대상에는 주로 담보가 없는 신용대출 채권이 많고, 매각은 주로 주택담보대출 채권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올해 3분기만 보면, 1조73억원어치 부실채권이 상·매각됐다. 2분기(1조3560억원)보다는 다소 줄었으나, 작년 3분기(5501억원)의 1.83배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