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 '자녀 학폭' 의혹으로 자진 사퇴

김영호 의원 "金 비서관 딸, 초등생 때려 전치 9주 상해" 김 비서관, 김건희 여사 대학원 동기···측근 거론 김승희, 즉각 사의···"국정 부담 주지 않겠다"

2024-10-20     이태훈 기자
김승희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김승희 대통령실 의전비서관의 초등학생 자녀가 한 학년 아래의 학생에 폭력을 가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는 의혹이 국정감사장에서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김건희 여사와 대학원 동기로,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김 비서관은 자녀 학폭 의혹이 불거진 당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며 자진 사퇴했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김 비서관 자녀의 학폭 의혹은 이날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폭로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석달 전 김 비서관의 초교 3학년 딸이 방과 후 2학년 학생을 화장실로 데려가 리코더와 주먹으로 머리와 얼굴을 폭행해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다"며 "피해 학생의 사진을 공개할 수 없지만, 얼굴이 피투성이가 될 정도로 심각한 폭행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 학생의 부모는 강제 전학을 요구했지만, 두달 만에 열린 학폭 심의에서 학급교체 처분을 결정했다. 동급생이 아닌데, 학급 교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처분이 효과가 없음을 지적했다.  김 의원은 특히 "학폭위의 심의 결과를 보면, 16점부터 강제 전학인데 가해 학생은 15점을 받아 강제 전학을 면했다"면서 "피해 학생 학부모는 심사위원들이 강제 전학 조처가 부담스러워 점수를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갖고 가해 학생의 전학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김 비서관의 부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 김 비서관과 윤석열 대통령이 함께 있는 사진을 올렸다. 이 사진을 올린 7월 19일은 학교장이 긴급 조처로 가해 학생의 출석정지를 내린 날"이라며 "학부모들과 선생님까지 아이의 부모가 누군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김 여사와의 대학원 최고위 과정 인연으로, 지난 대선 때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해서 의전 비서관까지 올라갔고, 김 여사의 비선 실세로 알려진 인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더 적절하지 않은 것은 가해자의 어머니 진술이다. 전치 9주의 상해를 입혔는데 '사랑의 매'라고 생각했다고 기술했다"면서 "정말 충격적이다.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번 사건이 정순신·이동관 자녀의 학폭처럼 권력형 학폭 무마 사건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국감에서 공개한다"며 "김 비서관의 거취를 지켜보겠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정황이 알려지자, 대통령실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김 비서관에 대해 공직기강 조사에 착수했으며, 조사를 위해 윤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단에서 김 비서관을 배제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는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오늘 보도를 보고 우리도 알았고 관련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며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고위공직자로서 직위를 부당하게 남용한 게 있는지, 그리고 처신이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는지 그 부분을 들여다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한 김 비서관은 의혹이 불거진 당일 즉각 사의를 밝혔다. 김 비서관은 이날 "부모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 국정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사표를 제출했다고 이 대변인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사표를 즉각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비서관은 서울 강남에 있는 한 이벤트 대행회사 대표 출신으로, 김 여사와는 2009년 고려대 언론대학원 최고위 과정을 함께 수료한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김 비서관은 윤 대통령 취임 초부터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으로 일 해왔으며, 김일범 전 의전비서관이 지난 3월 물러난 뒤 직무대리 역할을 하다 지난 4월 윤 대통령 국빈 방미를 앞두고 비서관에 정식 임명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