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매는 K-게임…'불황의 늪' 벗어날까

실적 부진 지속…업계, 경영난 극복 온힘 구조조정·자회사 분사 등 생존 전략 다각도 업계 불안 고조…연말까지 기조 유지 전망 "시장 변화 대응·장기적 체질 개선 전략 시급”

2023-10-22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올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경영 효율화를 위해 잇따라 구조조정 및 조직 개편에 나서면서 업계 종사자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형사로 분류되는 '3N'(넥슨·엔씨소프트·넷마블)을 비롯한 주요 게임사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넥슨과 네오위즈를 제외하고 전년보다 낮을 것으로 관측됐다. 다른 게임업체들 역시 업체 규모와 관계없이 예년보다 성장폭이 둔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4398억원, 영업이익 255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444억원)보다 82%나 줄어든 수치다. 넷마블 역시 3분기 매출액이 6537억원, 영업적자 148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예상대로라면 7분기 연속 적자다. 크래프톤·카카오게임즈 등 중견 게임사들 역시 부진한 실적을 예고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307억원, 영업이익 145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1403억원) 3.6% 증가한 수치지만, 성장세는 확연히 무뎌졌다. 순이익은 2264억원에서 1291억원으로 43%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예상 실적은 매출액 3095억원, 영업이익 388억원이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437억원)보다 11% 감소한 수치다. 위메이드(영업손실 278억원)·펄어비스(영업이익 65억원·전년 동기 대비 45.8% 감소)·더블유게임즈(영업이익 472억원·1.5% 감소)·웹젠(영업이익 81억원·53.5% 감소) 등도 실적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저들의 소비가 늘면서 발생했던 '게임 특수'가 엔데믹 이후 사라지면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고,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악화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게임사의 실적을 좌우하는 신작도 잇따라 부진한 성적표를 받으면서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사들은 경영난 극복을 위해 외부 인재 영입 및 내부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구조조정 및 인력 효율화 기조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들은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조직 개편, 내부 전환 배치, 자회사 분사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생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6일 '변화경영위원회'를 신설, 경영 효율화에 나섰다. 엔씨는 변화경영위원회를 통해 △조직 개편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할 전망이다. 구현범 최고운영책임자가 위원장을 맡았으며 김택헌 최고퍼블리싱책임자, 김성룡 최고정보책임자, 홍원준 최고재무책임자 등 각 분야 최고책임자 6명이 위원회를 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컴투스는 주가 반등을 위해 수익성이 낮은 사업들 위주로 구조조정에 나섰다. 컴투스의 메타버스 전문 기업 컴투버스는 지난달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컴투버스가 콘텐츠를 정식 출시한 지 약 한 달여 만이다. 메타버스 분야 성장 둔화와 비용 구조를 고려, 적자 폭이 커지고 있는 컴투버스 수익화를 위해 사업 부문을 축소키로 한 것이다. 앞서 라인게임즈·엑스엘게임즈·엔픽셀·시프트업·데브시스터즈·네시삼십삼분 등 상당수 게임사들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엔씨소프트와 넷마블도 각각 엔씨웨스트·잼시티 등 해외법인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했으며, 크래프톤 개발사 스트라이킹 디스턴스 스튜디오도 '칼리스토 프로토콜' 흥행 실패 이후 30여 명을 정리했다. 크래프톤은 지난 6월 사내 딥러닝 개발 조직인 '스페셜 프로젝트2(SP2팀)'을 100% 자회사인 AI 게임 스튜디오 '렐루 게임즈'로 독립시킨 바 있다. 올 초부터 불어닥친 채용 한파도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게임사들은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하면서 신규 채용 문을 좁히고 경력직 수시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넥슨·엔씨·위메이드 등 일부 게임사가 신입 공채에 나섰지만, 지난해와 비슷한 채용 규모를 유지하거나 일부 직군의 채용 인원을 소폭 감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경력직 채용 시장도 체감상 예년보다 얼어붙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직 시장을 살펴보면 2년 전보다 채용 규모가 확연히 줄었다고 느낀다. 연봉 유지만 해도 다행인 수준"이라며 "엔데믹 이후 유저들의 지출이 줄면서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다. 최근 구조조정 소식이 곳곳에서 들리다 보니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기조가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이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선제적인 시장 분석을 통해 장기적으로 체질 개선을 이룰 수 있는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업계 전문가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맞춘 체질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니즈를 파악해 장르를 다변화함으로써 생태계 변화에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정부에서도 게임업계 상황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업계 불황 극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정책 또는 지원책 마련을 통해 점진적인 체질 변화를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