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혁신위, 고심·인선 난항 겹치며 표류···23일 출범 불발될 듯

접촉 인사 대부분 고사···'혁신 시간' 허비 우려 독립성·권한 불투명에···"나보고 하래도 안 할 것"

2024-10-22     이태훈 기자
최고위원회의에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전부터 삐걱대는 모습이다. 당초 23일 발족을 목표로 준비를 마칠 계획이었으나 위원장 선임에 대한 지도부의 고심과 인선 난항이 겹치며 표류를 맞았다. 예정보다 혁신위 출범이 늦어지며 당 안팎에선 당 쇄신을 위한 귀중한 시간이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정치권, 경제계, 학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위원장에 적합한 인물을 찾아 나서고 있다. 하지만 적합한 인사를 찾아 접촉하더라도 대부분 개인사를 이유로 거절해 아직 위원장 선임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한번 앉히면 무를 수 없는 인선 특성상, 깊어지는 김 대표의 고심도 선임이 늦어지는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김남국 의원의 거액 가상자산 보유 논란 등을 수습하기 위해 혁신위를 출범시켰지만, 이재명 대표가 선택한 이래경·김은경 혁신위원장이 연신 논란을 일으키며 '무늬만 혁신위'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여당 내에선 급한 인선으로 문제를 부를 바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인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지도부 비공개 간담회 때 "할 거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하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선 혁신위원장 인선이 늦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지도부가 혁신위의 독립성과 권한을 명확히 보장하지 않은 상황을 지적한다. 혁신위는 내년 총선 전까지 혁신안을 세워 당의 쇄신을 이끌어야 하는 중책을 맡아야 한다. 그러나 지도부가 혁신위원장을 임명하는 구조상 지도부로부터 완전한 독립이 쉽지 않아 혁신위의 권한이 제한적일 거라는 분석이다.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여당 인사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기현 지도부 2기 인선에서 알 수 있듯,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안 보이는데 외부 인사가 덥석 혁신위원장을 맡겠느냐"며 "이런 상태에선 혁신위가 독립성도, 권한도 못 가질 텐데 나보고 혁신위원장 하래도 안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혁신위 출범이 늦어지는 만큼 당의 귀중한 '쇄신 골든타임'이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도 팽배하다. 공천관리위원회 출범 전까지 길어야 2~3달 운영될 혁신위가 출범도 못 하고 시간을 허비한다는 지적이다. 수도권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한 인사는 본지에 "당이 쇄신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는 우려에 굉장히 동감한다"며 "명색이 집권당인데 당을 혁신할 중심적 인물 하나를 이렇게 구하지 못한다는 데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당 지도부의 눈도 정치권 내부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당초 혁신위원장을 외부에서 영입하는 것에 무게를 뒀지만, 현재는 당 내부 인물을 앉히는 것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힘은 애초 23일 혁신위 출범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위원장 임명 이후에도 위원 구성 등에 시간이 필요한 점, 혁신위 권한과 활동 기간 설정에 추가 논의가 필요한 점 때문에 출범은 빨라야 이달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