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체감온도 ZERO’ 정책에 혈세낭비… 韓경제 제자리걸음

세수 전년대비 47조 감소… 여야, 상대방 정책에 '네 탓'공방 전-현 정부, '中企 살리기 정책' 실패… 업계 빚 612조로 불어나

2023-10-23     이용 기자
추경호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여야 정치권 및 정부가 주요 산업과 민생을 살리기 위해 전략적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정작 실효성이 부족해 세금만 낭비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부 부처 등은 각각 현-전 정부에서 추진한 민생 정책·법안이 현장에선 체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효율적이었다는 폭로전을 이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1~8월 국세수입은 241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7조6000억원이 줄었다고 밝혔다. 기업 실적 악화와 부동산거래 감소 등으로 소득세(-13조9000억원), 법인세(-20조2000억원), 부가세(-6조4000억원) 등 주요 세목 수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여야 정당은 상대방이 무의미한 정책을 남발해 혈세 낭비를 부추겼다고 지적한다. 야당은 정부의 ‘부자 감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종합부동산세 완화 등이 세수 부족을 키웠다는 입장이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 지원 퍼붓기’의 여파라고 맞섰다.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위해 재정을 소모해 재정적자에 영향을 줬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소기업 강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졌던 전-현 정부 모두 서로가 앞뒤가 맞지 않은 행보를 보여 업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활성화라는 과제를 달성하겠다며 2017년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승격시켰다. 그러나 정작 업계가 반대하던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이 내년 1월 시행을 앞두고 있고,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최저임금이 상승해 중소기업들의 경영난을 가중시킨 실정이다. 윤석열 정부 또한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한국경제의 내실을 탄탄히 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지만, 현실은 포부와 달랐다. 정부는 내년 R&D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지속된 불경기로 연구개발 역량을 확보할 수 없는 중소기업계의 고충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현재 코로나19 시절부터 중소기업계가 떠안은 빚더미는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올해 7월말 기준 중소기업대출(소상공인 포함) 잔액은 612조682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전달(609조1013억원)대비 3조5810억원 증가한 것이다. 중견기업 3개 연매출이 빚으로 묶여있는 셈이다. 또 2분기 말 기준 5대 은행의 중소기업 연체율은 0.358%로, 전년 동기(0.212%) 대비 0.146% 올랐다. 윤석열 정부가 1년 넘게 동안 추진해 온 중소기업 지원 정책은 큰 실효성을 보지 못했다는 평가다. 문재인 정부의 중소기업 지원 정책도 관리 부실로 인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실제 지원을 받은 곳은 극히 일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 중 해당 정책자금 지원기업 비중은 2019년 0.23%, 2020년 0.33%, 2021년 0.29%, 2022년 0.26%다. 또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운전자금을 지원받은 중소기업 7만6730개 중 1만9996개(26.1%)가 2회 이상 중복 지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생 분야에 있어선, 각 당이 총선을 고려해 남발하는 ‘포퓰리즘’ 정책·법안들이 혈세 낭비의 원인이 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월 정부 지원을 통해 대학에서 제공하는 ‘천원의 아침밥’ 사업을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식비 부담이 큰 대학생들을 위해 값싼 식사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가진 사업이다. 민주당은 일반 대학뿐 아니라 전문대 등을 합쳐 전국 대학으로 지원 대상을 늘리고, 방학 때도 중단없이 제공하자는 안을 내놨다. 국민의힘과 정부도 여기에 동조하며,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업 대상 규모를 당초 69만명에서 150만명으로 확대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하지만 일선 대학들은 이번 사업을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 76곳을 조사한 결과, 현행 정부의 1끼당 1000원 지원에 대해 응답 대학 중 77.6%가 부족(47.4% 부족, 30.3% 매우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특히 25%는 사업 축소(19곳), 9.2% 는 사업 중단(7곳)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대학생 외에는 혜택을 볼 수 없는 사업인데, 정치인들이 마치 세금을 자기 돈인양 선심쓰듯이 베푼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또 국민의힘은 ‘20대에 자녀 3명 이상을 낳은 남성의 병역을 면제한다’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신생아 1인당 월 100만원씩 만18세까지 지급, 총 2억원 지원’이라는 선심성 정책도 내놨다. 논란이 일자 “추진 계획이 없다”며 정책을 철회했다. 이번 국정감사에서도 여야는 상대방의 정책·법안의 문제점만을 강조하며 헐뜯기에 혈안이 돼 있다. 만약 이들의 주장이 모두 사실이라면 결국 여야 모두 7년 동안 헛발질만 한 셈인만큼, 둘 다 국민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