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세계 변화의 중심, 이슬람 세계의 모든 것…『최소한의 중동 수업』
- ‘석유’, ‘낙타’, ‘사막’으로 떠올리는 중동은 없다 - 스포츠워싱, 네옴 프로젝트, 화성 탐사선, ISIS까지 - 세계 정치·경제의 판도를 뒤집는 21세기 중동의 현실
이처럼 중동 이슬람 세계는 ‘석유’와 ‘낙타’, ‘사막’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정치·경제·문화적 흐름의 중심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들은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첨단 기술의 개발·육성과 사회 개혁을 무기로 이미 서구 중심의 세계관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변방으로 치부하던 중동 이슬람 문화가 세계 문화의 중심으로 들어오면서 중동의 지정학적 특수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는 이제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아랍 국가에서도 민주화 혁명이 일어났다고?
이슬람 세계에 대한 우리의 오해와 그 진실
2011년에 일어난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을 알고 있는가. 안타깝게도 대다수는 잘 모르고 있다. 중동 내 들불처럼 번진 아랍의 봄 민주화 혁명은 튀니지, 리비아, 이집트, 예멘, 시리아 등 아랍 국가의 장기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역할을 해냈다.
물론 아랍의 봄 혁명의 근원지인 튀니지만 민주화 정권 창출에 성공했으며, 다른 아랍 국가의 경우 군부 독재 정권이 재등장하거나 심각한 내전을 겪었다. 결과적으로만 보면 아랍의 봄 혁명은 실패한 것처럼 보이지만 열린 사회를 향한 시민의 기대가 혁명을 통해 분출했다는 점에서, 혁명을 억압했던 걸프 산유 왕정의 파격적인 대내외 개혁 개방 정책의 시행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최소한의 중동 수업에서 저자가 밝히듯, 아랍의 봄 혁명은 아직 미완이지만 걸프 산유국의 변화를 끌어내면서 중동의 대내외적인 오랜 관성을 깨뜨리는 신호탄이 됐다. 혁명 이후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청년층은 개인주의와 민주주의를 점차 더 선호하는 추세를 보였고, 이에 발맞춰 이 두 나라는 최근 탈석유·탈이슬람 개혁을 시행하면서 이스라엘과의 국교 정상화에 합의함으로써 새로운 실용주의 노선을 선언했다.
또 같은 민족이자 이스라엘에 비해 약자라는 감성적 이유로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의 무능과 시민사회 억압, 원조금 횡령 및 비리를 묵인했던 과거와의 단절을 결단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중동 관련 내용을 꼼꼼히 살펴본다면 중동 정세의 격변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인터넷으로 조직원을 모은다
MZ 세대의 등장과 이슬람 테러 조직의 프랜차이즈화
2014년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ISIS)가 등장하면서 과거 세대를 뛰어넘은 극단주의 세력이 부상했다. ISIS가 일으키는 통제 불능의 테러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유형이자 가장 위험한 성격의 테러였다. 기업형 테러 조직의 모습으로 등장한 이들은 무고한 생명을 빼앗는 테러를 마치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둔 비즈니스로 활용하는 매우 잔인한 면모를 보였다.
특히 ISIS 조직원은 인터넷에서 스스로 극단주의에 빠져 제 발로 가입했는데, 조직 수뇌부가 직접 나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조직원을 일일이 선별하고 모집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이슬람 급진주의 무장 조직인 ‘하마스’의 탄생과 팔레스타인해방기구의 최대 정파인 ‘파타흐’와의 대립을 자세히 다루는 한편, 과거와 달리 프랜차이즈화하는 테러 조직의 특성 등을 함께 소개하면서 테러리즘의 본질과 변화 양상을 상세히 분석한다.
이런 저자의 분석을 통해 우리는 전 세계적으로 갈수록 흉포해지는 예측 불가능한 테러의 발생과 원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다.
저자 장지향은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문학사와 정치학 석사 학위, 미국 텍사스 오스틴 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아산서원 교수를 지냈고 현재 아산정책연구원의 중동센터장으로 재직하면서 중동 사회의 변화를 감지하고 우리나라와의 정치·경제·사회적 영향과 관계성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