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내몰린 중소기업·소상공인…‘줄파산’에 위기감 고조
‘어음부도액’ 8년 만에 최고치 법인 파산건수 58% 이상 증가
2024-10-23 김혜나 기자
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수출 등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경영난에 시름하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은행은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업무현황 보고에서 “국내 경기는 소비회복세가 다소 약한 모습이나 수출 부진이 완화되면서 점차 개선되고 있으며, 내년에도 완만한 개선 흐름을 이어갈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은의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경제는 전반적으로 둔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양호한 노동시장을 바탕으로 예상보다 높은 성장세가 이어진 반면 중국과 유로지역의 경기는 부진한 모습이다. 한국의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유가와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최근 3.7%까지 높아졌으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3.3%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경상수지 역시 지난 5월 이후 흑자로 전환됐으며, 향후 IT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흑자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수출 역시 회복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23일 관세청이 발표한 10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액은 33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 월간 수출액은 지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었으나, 이달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다면 작년 9월(2.3%) 이후 13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하게 된다. 반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경기 한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는 모습이다. 한국은행의 전국 어음 부도금액 현황 문건을 살펴보면, 올 들어 8월까지 어음부도액은 3조6282억원으로 2015년(연간 4조6361억원)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한계 상태를 맞은 기업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말 기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0.49%로 전월 말 0.43%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의 매출액 및 이익잉여금은 감소하는 반면 연체율은 상승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최근 주변에 경영난으로 인해 파산 신청을 하는 기업들이 늘었다”며 “전체적인 경기는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하지만, 아직 중소기업 현장에는 회복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 및 산업구조상 ‘최전선’에 서있는 소상공인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김회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 7월까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저금리 융자 등을 받은 소상공인 86만7151명 중 15만3970명이 폐업했다. 전체 인원의 17.7%에 달한다. 법인 파산 접수 건수도 올해 들어 8월까지 1034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59% 급증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퇴직금 개념인 노란우산 폐업 공제금액에서도 어려움이 여실히 드러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소기업·소상공인 공적 공제 제도인 ‘노란우산’의 폐업 공제금과 지급 건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8월까지 8948억원 지급됐다. 전년 동기 지급된 6381억원 대비 40.2% 늘었다. 올해 지급 건수 역시 7만8065건으로 역대 최고 수준이다. 6만145건이었던 지난해 1~8월보다 29.8% 증가했다. 대출 금액과 연체율도 급증했다. 지난 4일 한국은행이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2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1조원 늘어 역대 가장 많은 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연체율 상승세도 꺾일 기미가 없다. 2분기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15%로, 2014년 3분기(1.31%) 이후 8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요식업에 종사하는 B씨는 “코로나19 이후 가게 사정이 어려워졌는데, 엔데믹 이후로는 건물 임대료를 비롯해 원재료 및 에너지요금이 모두 올라 직원도 크게 줄였다. 주변에 폐업하는 가게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최근 물가가 너무 올라 메뉴 가격을 올려야 할 것 같은데, 장사가 더 안 될까 고민”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