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中企·소상공인 살림살이 그대론데… 지원 철회로 속앓이
정부, 내년도 R&D 예산 올해 대비 4492억 6600만원 삭감 재난지원금 환수 추진… 7600개 소상공인, 300만원 갚아야 내년도 예산안서 ‘지역화폐 예산’ 모두 삭감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여전히 경영난에 빠져있는 가운데, 정부가 대응 방식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연구개발 예산 삭감 조치와 소상공인 지원금 축소 문제에 대해 여야를 막론한 비판이 이어졌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하는 연구개발(R&D) 정책에 대해 정치권은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앞서 정부는 내년도 R&D 예산을 대폭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 R&D 예산안을 살펴보면, 올해 대비 4492억 6600만원이 삭감됐다. 특히 △제조중소기업 글로벌역량강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한 생활혁신형 기술개발 △중소기업기술사업화역량강화 등 11개의 중소기업소상공인 R&D의 경우 전액 삭감됐다. 소부장 분야의 경우 △(소부장)중소기업상용화기술개발 △(소부장)전략협력 기술개발 등 6개 사업의 지원금이 84% 가량 삭감됐다.
정부 측은 무분별한 지원이 투입되는 것을 방지하겠단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치권은 중소기업의 발전이 저해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장 소상공인들은 IMF 금융위기 때보다 더 어려운데 윤석열 정부는와 중기부는 민생 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며 “만약 정말 정부 재정이 어려워서 긴축 필요하다면, 사용 실적이 적고 국민에게 인기가 별로 없는 온누리 상품권의 발행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14배 높은 지역 화폐에 더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일부 여당 의원도 문제를 제기했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R&D 예산을 두고 과기정통부가 계속 선택과 집중을 말하고 비효율을 효율화하겠다고 하는데 무슨 뜻인지 알 수가 없다. 개념부터 명확히 정리하고 확실한 사례를 들어서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R&D 지원 축소는 대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만 강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현재 국내 산업계의 구심점인 제조업 분야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보유 기술 격차가 크다. 특허청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반도체 분야 특허는 전년 동기대비 881건이 증가한 6580건이 출원됐다. 그중 대기업이 3209건을 출원했는데,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합친 출원은 고작 848건이다. 자체 기술이 없는 중소기업은 결국 대기업의 하도급이 돼 의존하는 만큼, 대기업의 부진이 곧 중소기업계의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과 대만 기업이 글로벌 반도체 경쟁력을 확대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가 악화 됐는데, 하도급 중소기업들까지 함께 부진한 바 있다.
6월 엔데믹이 시작된 이후 소비 활성화가 기대만큼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재난지원금을 일부 환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중기부는 코로나19 당시 재난지원금을 긴급 지급했으며, 구체적인 여건을 확인하기에 앞서 선지급 방식을 선택했다. 현재 소상공인 업체 7600여개가 각 300만원 가량의 돈을 도로 토해내야 하는 상황이다. 당초 정부가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환수에 대한 안내를 펼쳤음에 불구하고, 벌어진 해프닝이다.
앞서 중기부는 2021년 3분기부터 집합금지, 영업시간 제한 등의 방역 조치로 경영상 심각한 손실이 발생한 소상공인 업체에 분기별로 손실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지급 초기 계산·시스템 오류 등으로 올해 7월 말까지 지급 대상의 1.8%인 5만7583개 업체에 530억2000만원을 잘못 지급한 사실이 확인됐다. 중기부는 이에 따라 2021년 4분기부터 과다지급액을 상계 정산하는 방식 등으로 304억1000만원을 처리했다. 예를 들어 손실보상금을 500만원 지급해야 하는데 100만원을 잘못 지급한 경우 다음 분기에는 500만원을 지급하지 않는 식이다.
문제는 아직 소상공인 업체 7609개가 환수 대상으로 남았다는 점이다. 환수 대상 금액은 226억1000만원으로 한 개 업체당 297만원 수준이다. 문제는 이중 43.2%인 3285개가 이미 폐업했다는 것이다. 이들 폐업 업체의 환수 대상 금액은 82억5000만원, 업체 하나당 251만원 정도다.
김정호 의원이 지적한 상품권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우선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지역화폐 예산’이 모두 삭감됐다고 전했다. 예산 규모가 크지 않은 지자체에서 정부의 지원이 없다면 지역화폐 발행액이 크게 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 소상공인들은 현지 내수 침체를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경기 남양주의 대기업 하도급 기업 관계자는 “최근 불경기로 대기업이 수주를 줄이면서 회사의 일감이 없어져 직원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그렇다 보니 지역 상권도 침체 돼 식사 시간 외에는 문을 닫고 있는 형편”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