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위 국감서 '홍범도 흉상 이전' 공방···'이념 논쟁' 계속

23일 육군본부 등 대상 국정감사 與 "홍 장군 흉상, 육사 안 어울려" 野 "이념 논쟁 제물 돼" 尹 "이념 논쟁 멈추라" 지시에도···정치권 논쟁 이어져

2024-10-23     이태훈 기자
23일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여야가 23일 육군본부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를 두고 재차 격론을 벌였다. 여당은 홍범도 장군 흉상이 현 배치지인 육군사관학교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반면 야당은 흉상 이전 시도 자체가 '이념 논쟁'이라며 이전 계획 백지화를 요구했다.

국방위 여당 간사인 성일종 의원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홍 장군은 최고의 독립 영웅이고 모두 다 추앙하고 사랑하는 장군이지만 육사엔 어울리지 않는 분"이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육사의 역사가 왜곡되고 육사 정신이 훼손됐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성 의원은 "안중근 동상이 만들어졌을 땐 2015년 1월에 추진안이 보고됐는데 홍 장군 관련해선 추진안이 아예 없다"며 "공론화와 절차적 과정을 그리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어떻게 1개월 반 만에 (홍 장군 흉상 제작이) 이뤄지나"고 지적했다.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은 "(홍 장군 흉상 설치가) 문재인 정부 지시 때문에 이뤄진 게 아니라고 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볼 때 누군가의 직접적 지시가 없이 설치했다면 군이 정치권과 권력의 눈치를 보고 알아서 기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의심했다. 이 의원은 "2017년 업무보고에서 문 전 대통령은 독립군 역사를 우리 군 역사로 편입시키는 것을 검토하라고 했고, 국방부는 9월에 연구계획 보고서를 보고하고 12월에 책자 발간을 계획했다"며 "상식적으로 볼 때 독립군, 광복군의 역사가 방대한데 불과 3개월 만에 끝낼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반면 야당은 정부여당의 이념 논쟁으로 애꿎은 홍 장군 흉상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며 이전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흉상 이전에 대해 "절대 반대다. 홍범도 장군이 이념 논쟁의 제물이 됐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념 논쟁을 멈추고 민생에 집중하자'고 했다. 대통령이 이념 논쟁하지 말라고 했으니 이제 대통령 지시대로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지금 이 시각 이념 논쟁의 진원지는 육사다"며 "문재인 정부 책임이냐 따질 문제인가. 홍 장군은 박정희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건국훈장을 받았다"고 반박했다.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박정환 육군참모총장에게 '홍범도 장군 등 독립영웅 흉상 설치가 육사의 대적관을 흐리게 했다고 보느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에 박 총장이 "일정 부분 흐리게 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육사의 설립 취지와 목적은 광복운동, 항일운동 학교가 아니다"고 답했다. 그러자 안 의원은 "총장, 정신 차려"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참모들에게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 "소모적 이념 논쟁을 멈추고 오직 민생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국감에서도 여야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며 이념 논쟁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군에 따르면 육사는 교내 충무관 앞에 설치된 6명의 독립영웅 흉상 중 홍범도 장군 흉상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나머지 흉상은 교내 적절한 장소로 옮긴다는 방침이다. 육사는 지난 16일부터 홍범도·김좌진 장군 등 독립영웅을 기린 충무관 내 '독립전쟁 영웅실' 철거에도 착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