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식품, ‘통행세’로 총수일가 부당이득 지원… 과징금 26억
[매일일보 최원석 기자] 삼양식품이 거래단계에 관계회사를 끼워 넣는 방식의 이른바 ‘통행세’로 총수일가에 부당이득을 몰아주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재를 받았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삼양식품이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내츄럴삼양’에 판매수수료를 부당 지원했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26억 24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내츄럴삼양은 라면수프 등 천연·혼합 조미료를 만들어 판매하는 회사로 라면을 납품하는 일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2008년부터 5년 간 이마트에 라면을 납품하는 과정에서 내츄럴삼양을 거래 중간에 끼워 넣었다. 이를 통해 내츄럴삼양에 다른 유통점에 지급하는 7.9~8.5%의 판매장려금보다 높은 11.0%의 판매수수료를 줬고, 내츄럴삼양은 이 중 이마트에 6.2~7.6%의 판매장려금만 지급했다.
그 차액은 ‘통행세’다. 삼양식품은 판매장려금 지급이 필요없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 제품을 납품할 때도 11.0%의 판매수수료를 줬고, 수수료 전액은 내츄럴삼양이 챙겼다. 삼양식품이 내츄럴삼양에 지원한 통행세는 총 70억 2200만원으로 관련 거래 규모만 1612억 8900만원에 달한다.
이런 방식으로 내츄럴삼양은 1993년 자산총액 170억원의 적자상태의 기업에서 2012년에는 자산 총액 1228억원에 달하는 삼양식품 그룹 지배회사 위치에 오른 상태다.
내츄럴삼양은 전인장 삼양식품그룹 총수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의 90.1%를 소유하고 있는 비상장 회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대기업집단 뿐 아니라 중견그룹까지도 실질적 역할이 없는 관계회사를 중간에 끼워넣어 일종의 ‘통행세’를 챙겨 총수일가의 사익을 추구한 행위를 적발하여 제재한 첫 사례”라며 “앞으로도 부당지원행위에 대한 감시를 더욱 강화해 적발시 엄중 제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롯데피에스넷이 현금자동입출금기(ATM)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롯데알미늄에 통행세를 지급한 사건에 이은 두번째 통행세 적발 사례다. 특히 총수 일가를 지원하기 위해 통행세를 지급한 행위가 적발되긴 이번이 첫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