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실적 부진에도 임직원 ‘상여금 잔치’

메리츠·하나증권 600억원대로 가장 많아

2024-10-24     이채원 기자
10대

매일일보 = 이채원 기자  |  증권사들이 지난해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담당 임직원에게 지급한 상여금만 82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0대 증권사(미래에셋·한국투자·NH투자·삼성·KB·하나·메리츠·키움·신한투자·대신)의 고유자산운용부서(주식·채권·파생 포함) 임직원이 받은 상여금 규모는 최근 5년간(2018∼2022년) 3018억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연도별 상여금은 2018년 469억4500만원, 2019년 447억3900만원, 2020년 552억7800만원, 2021년 728억5000만원, 2022년 819억9100만원으로 상승했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694억3100만원), 하나(629억5300만원), KB(413억5500만원), 삼성(329억2100만원), 신한투자(296억8100만원), 한국투자(228억3100만원), NH투자(194억7400만원), 미래에셋(150억8200만원), 키움(63억5000만원), 대신(17억25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증권사들은 2020년∼2021년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개인 투자자의 주식 열풍에 힘입어 사상 최대 실적을 누렸다. 그러나 2021년 말부터 증시 부진과 금리 인상 여파 등으로 2022년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세로 전환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증권회사(58개사) 당기순이익은 4조5131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전년(9조896억원) 대비 50.3% 감소했다. 이같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성과급 지급 규모가 계속 늘어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증권사들은 특히 지난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확대되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이에 금융당국은 올해 초 성과급 지급 현황을 점검받기도 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달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기에 증권사 임직원이 성과급 잔치를 벌인다'는 지적에 대해 "잘못 설계된 체계로 인해 과도한 성과급이 지급되는 것은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업권과 사업장별로 과도한 사례가 없는지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증권사들은 최근 4년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담당 임직원에게 8500억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준 것으로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부동산 PF 부실화에 시달리는 상황 속 내부에서는 성과급 파티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메리츠·한국투자·미래에셋·KB·키움·NH투자·신한투자·삼성·하나증권 등 9개 종투사가 2019부터 2022년까지 지급한 부동산 PF 관련 성과급은 8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급 규모가 가장 큰 회사는 메리츠증권으로 4년간 총 3554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메리츠증권의 부동산 PF 담당 인력은 4년간 평균 223명으로 집계됐는데 45∼172명 수준인 다른 증권사보다 많아 성과급 지급 규모도 컸다는 분석이다. 이어 한국투자증권(1411억 원), 미래에셋증권(840억원), KB증권(824억원), 키움증권(596억원), NH투자증권(518억원), 신한투자증권(374억원), 삼성증권(240억원), 하나증권(158억원) 순으로 많았다.  이에 이 의원은 “증권사 임직원은 성과보수의 40% 이상을 3년 동안 나눠서(이연) 지급하도록 규정돼 있다”며 “부동산 PF 부실 여부에 따라 향후 책임 있는 임직원에 대해 철저한 성과급 환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