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몽골·베트남·인도네시아…新시장 파이 싸움 닻올렸다
지난해 對아세안 무역수지 사상 최대… 무역 적자에 기여 베트남, 中시장 대체할 신흥 시장으로 각광 亞-中분쟁·한류 열풍으로 韓제품 인기몰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국내 유통업계가 규제와 인구절벽 등으로 정체된 내수시장을 벗어나, 지속 가능한 수익모델을 확보하기 위해 동남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동남아는 많은 인구와 한류 열풍으로 매력적인 시장으로 떠오른 만큼, 국내 기업의 진출이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침체 등 다수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한국의 대(對)아세안 교역 및 무역수지가 2년 연속 사상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2022년 한국의 수출은 전년 대비 14.8% 증가한 약 1249억 달러, 수입은 전년대비 21.9% 증가한 약 825억 달러라고 밝혔다. 교역 총액은 약 2075억 달러, 무역수지 약 424억 달러를 기록했다.
아세안에서의 성과는 지난해 무역수지 적자를 상쇄하는데 크게 기여했다. 지난해 한국 교역 총액은 전년 대비 3.2%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대아세안 교역은 17.5%로 성장하는 등 큰 폭으로 상승했다.
특히 베트남은 중국을 대체할 정도로 큰 시장이 됐다. 지난해 베트남과의 교역은 수출 609억8000만달러, 수입 267억2000만달러로, 342억5000만달러의 무역흑자를 거둔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베트남이 차지하는 교역 비중은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최대 교역국의 자리를 지켰다. 또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과의 교역은 증가했다. 2019~2022년 대아세안 무역수지의 국가별 비중은 △베트남 69.7%→80.8% △싱가포르15.7%→23.3% △필리핀 12.1%→16.8% 등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가장 인기 있는 국산 품목은 역시 전통적으로 강세였던 전기전자 분야다. 품목별로 수출은 전자직접회로(276억달러), 디스플레이(123억달러), 인쇄회로(22억달러), 전화기(17억달러) 등이 크게 증가했다.
한류 열풍으로 화장품과 식료품의 인기도 덩달아 상승하며 관련 제품들도 한국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중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지난 8월 대(對)아세안 지역 소비재 수출 상위 10대 품목 중 8개 품목(화장품, 플라스틱, 조제식료품, 담배, 의약품, 음료수, 조미김, 살충제)의 수출 비중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화장품만해도 올해 1~6월 동안 4억 달러의 수출액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9.5% 올랐다.
국내 제품이 아세안 국가들에게 높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주요 원인은 △한류 열풍으로 인한 한국의 이미지 상승 △중국의 외교적 이슈로 인한 가치 하락 등이 있다. 베트남, 몽골 등은 최근 중국과 영토 갈등과 정치 간섭 이슈로 중국과의 거래를 차츰 줄이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한국 대통령과 경제사절단이 아세안 국가 순방을 통해 관련 국가와의 외교 관계를 돈독히 하고, 무엇보다 K-콘텐츠의 높은 인기로 인해 한국에 대한 현지인 호감도는 상승했다.
한국국제교류재단(KF) 아세안문화원은 올해 아세안 6개국 국민 2400명을 대상으로 ‘2022년 한-아세안 상호 인식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 한국에 대한 호감도는 100점 만점에 81.3점으로 집계돼 중국 61.1점보다 크게 높았다. 아세안인들이 한국에 대해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분야는 '한국 음식'이 37%로 1위였고, 영화·드라마 36.3%, 관광명소 33.1%, 미용·화장품 27.1%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 입장에서도 아세안 국가는 놓치기 어려운 매력적인 시장이다. 해당 국가들은 평균 연령이 20대 초중반으로 젊은 층이 많아 K-콘텐츠 기반 사업을 확장하기에 적합하다. 최근 들어 동남아 대도시 근로자의 월평균 소득이 빠르게 증가하며, 경제 성장 잠재력이 높아져 차세대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각 국가 및 지역별 맞춤형 프로모션과 제품 개발, 현지 법인 설립 등 고도화‧세분화된 전략을 통해 시장 선점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앞서 사드 배치로 인해 중국에게 경제 보복을 당했던 사례처럼, 향후 아세안 국가들과 외교적 문제 발생할 경우 현지 투자에 집중한 국내 기업들이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관계자는 “한국의 대아세안 교역에서 베트남과 한국의 주력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는 문제가 상존하고 있다”며 “이에 대응해 베트남과의 경제 협력은 지속하면서 교역국 및 품목의 다변화를 시도해야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