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도깨비도로’ 안전시설 설치 의무없다”
법원, 삼성화재 구상금 소송 패소 판결
2014-01-06 강채원 기자
[매일일보] 내리막이 오르막인 것처럼 착시현상이 발생하는 제주도 ‘도깨비 도로’. 다수의 관광객이 몰림에도 별다른 안전시설은 없어 사고위험이 지적돼왔는데, 이곳을 지나던 자동차가 관광객을 피하다 사고를 냈더라도 지자체에 안전조치 미비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서울중앙지법 민사26단독 이재은 판사는 삼성화재해상보험이 제주도를 상대로 낸 구상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김모씨는 2012년 7월 제주시 노형동 ‘도깨비 도로’에서 차를 운전하던 중 갑자기 도로에 들어선 보행자를 피하려다 인근 건물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관광객 9명이 다쳤다.‘도깨비 도로’를 찾는 관광객들은 차도에서 물병, 캔을 굴리거나 이리저리 횡단하며 착시현상을 체험하는데, 늘 관광객이 붐비는 이곳에는 노면에 ‘체험금지’라고 적혀 있을 뿐 횡단보도나 서행표시, 방호울타리 등은 따로 설치돼 있지 않다.김씨를 대신해 부상자 9명의 치료비와 합의금 1억7000만원을 물어준 삼성화재는 이후 제주도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많은 관광객이 도로에서 착시체험을 하고 있어 위험한데도 별도의 체험공간을 마련하거나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게 건널목을 설치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삼성화재는 “제주도가 연석이나 방호울타리를 설치해 보도를 분리하거나 서행 표지판, 보행금지 표지판 등을 설치해 관광객의 안전을 담보해야 하는데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도로 설치관리상 하자로 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그러나 재판부는 “해당 도로는 착시현상을 체험하는 곳으로 잘 알려진 관광명소이고 일반 차량을 위한 우회도로도 마련돼 있다”며 “별도의 착시체험공간이나 교통시설물이 없다고 설치나 관리상 하자가 있다고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이재은 판사는 “2008∼2012년 사이 이곳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경찰서에 신고된 건수는 4건에 불과한 점에 비춰볼 때 안전시설을 반드시 설치해야 할 만큼 사고 위험이 크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