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제2의 빌라왕’ 수원 전세사기, 사기수법과 대처법은?
조직적 범죄로 대응 어려워 “불안감 느껴지면 전문가 상담”
매일일보 = 나광국 기자 | 전세사기 특별법이 시행된 지 5개월이 흘렀지만 사기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세입자 개별적으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이번 수원 전세사기의 경우 법인까지 동원된 조직적 범죄로 알려지면서 법적 대응을 두고 피해 세입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따르면 수원 전세사기 의혹과 관련해 이 사건 임대인인 정모 씨 부부와 그의 아들을 사기 혐의로 처벌해달라는 내용의 고소장이 앞서 24일 오전 10시 기준 총 306건 접수됐다. 고소장에 적시된 피해 액수는 451억원 상당이다.
고소인들은 정씨 일가와 각각 1억원 대의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17일 정씨 일가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한 뒤 곧바로 1차 소환 조사를 한 경찰은 정씨 일가의 정확한 자산 및 임대차 계약 규모를 수사 중이다.
특히 이번 수원 전세사기 특징은 법인을 동원한 조직적 범죄라는 사실이다. 피해 세입자들로 꾸려진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가 밝힌 피해현황을 보면 이 사건 의혹 당사자인 임대인 A씨 부부와 그의 아들을 비롯해 이들과 관련된 법인이 소유한 건물은 총 51곳으로 파악된다.
이 중 건물 3곳은 경매가 예정돼 있으며 또 다른 건물 2곳은 압류에 들어가고 있다. 현재까지 대책위가 조사한 피해자는 총 394가구로, 예상 피해금액이 475억8000만 원으로 추정됐다. 특히 대책위는 피해주택이 총 671가구인 점을 감안할 때 향후 810억3000만원까지 피해금액이 늘어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 임대인인 A씨의 법인이 보유한 건물에 전세로 살고 있는 임차인 이모(33) 씨는 1억 9000만원에 정씨 법인과 전세 계약을 맺어 오는 12월 만기를 앞두고 있었으나, 현재까지 정씨와 연락 두절 상태라고 한다.
이 씨는 “전세보증보험 가입이 불가했지만 ‘집 주인이 건물을 50개 넘게 갖고 있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돈을 다 받을 수 있다’는 중개사 말을 믿고 전세 계약을 맺었다”며 “알고 보니 정 씨가 같은 건물의 여러 세대를 2~3개로 나눠 공동담보로 묶은 뒤, 각각 7억원, 14억원 등으로 쪼개기 대출을 받은 거였다”고 했다.
이어 “한 건물에 근저당이 이렇게 많이 잡혀 있는 줄 알았다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텐데 다른 세대의 근저당은 확인하기 어려워 어쩔 수 없었다”며 “전문지식이 없는 이상 아무리 알아본다고 해도 전세사기를 쉽게 구별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고 덧붙였다.
서진수 부동산 전문변호사(법무법인 고운)는 “주택 임대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등기부 확인, 임대인 세금 체납 조회 등 많은 조치들이 있지만 이러한 조치를 취하고 주택 임대차 계약을 맺더라도 이후 전세사기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며 “세입자는 임대차 계약 만료 최소 2개월 전까지 내용증명 등의 명확한 방식을 통해 계약 해지 의사를 통보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증금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게 될 경우 임차권등기 명령을 통해 대항력을 유지해 둬야 차후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서 “최근에는 법인 등을 동원한 조직적인 사기가 발생해 사실 일반인들이 예측하거나 감당하기 어려운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데 전세 관련 불안감이 느껴진다면 전문가를 만나 미리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문의하는 것도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