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폭락 공포심리 확산…거래대금 세 달 만에 3분의 1토막
짐싸는 개미들, 코스피 거래대금 100조원 ‘뚝’ 예탁금도 '썰물'..."저가매수 기회" 목소리도
2024-10-25 이광표 기자
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올여름 ‘테마주 열풍’에 타올랐던 개미들의 투심이 차갑게 식고 있다. 미국의 고금리에 대한 우려가 불거지며 증시가 박스권에 갇히자 개인투자자들도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증시를 떠받들던 개미들의 수급까지 쪼그라들며 코스피는 2300대까지 주저앉았고,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으로 커진 변동석 덕에 ‘오락가락 장세’까지 덮치자 개미들이 하나둘씩 증시에서 손을 떼는 중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월 코스피 거래대금에서 개인투자자의 비중은 지난 20일 기준으로 47.78%다. 2차전지·초전도체 등 테마주 열기가 뜨거웠던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개인의 거래 비중이 59.84%에 달했으나 불과 3개월만에 개인의 비중이 12.06%p 줄어든 것이다. 지난 4월 60%를 상회한 뒤 여름철 내내 60% 언저리에 머물던 개인 비중은 9월 들어 코스피 폭락에 맞춰 급감한 모양새를 띄었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던 ‘동학개미’가 이탈하면서 전체 거래대금도 위축되고 있다. 지난 7월 한 달간 298조원에 달했던 코스피 거래대금은 8월 들어 238조원으로, 9월에는 158조원을 기록하면서 매달 50조원씩 급감했다. 증시의 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 역시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월의 일평균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지난 19일 기준 48조원이다. 증시가 뜨거웠던 지난 7월과 8월에는 53조원 수준이었던 일평균 투자자예탁금이 지난 9월에 들어서면서 2조원 줄어든 51조원으로 줄어들었고 10월이 되자 40조원대로 내려앉은 것이다. 이 가운데 미수금과 반대매매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위탁매매 미수금은 23일 1조319억원을 기록했는데, 한 달 전(5018억원)의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미수금은 3거래일 연속 1조원을 넘어서면서 금융투자협회가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은 수준이다. 개미의 증시 외면 현상은 결국 주가가 오르면 달아오르고 내려가면 시드는 투자 심리의 양태를 그대로 반영한 결과다. 지난 7월에는 당시 발표한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예상치를 밑돌면서 금리 인상 기조가 끝날 거라는 기대감이 부상했다. 덕분에 연방준비제도(Fed)의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에도 불구하고 개인이 2차전지 등 테마주를 밀어 올리면서 국내 증시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이후 9월 전후로 연준 관계자들이 시장의 ‘긴축 완화’ 기대감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쏟아내면서 국내 증시는 하락세로 접었고, 테마주마저 시들해지자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형편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펀드 중심의 주식투자 열풍이 분 뒤 나타났던 조정은 주가지수가 반 토막 나는 강한 조정이었으나 지금은 고점대비 하락률이 30% 수준이다”며 “과거에 개인이 주식시장에서 이탈했던 수준에 비해서는 아직까지 연착륙(소프랜딩)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거래가 부진한 가운데 반대매매까지 늘어나며 유동성은 더욱 희박해질 것이란 우려를 하고 있다.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수금 잔고와 반대매매가 급증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수급 악화 이슈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미국의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 탓에 외국인이 한국 등 신흥국 증시에서 돈을 빼고 있다. 이달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조3434억원, 코스닥에서 3026억원을 순매도 중이다. 다만 코스피가 2400선을 하회하고 코스닥 역시 800선을 밑도는 만큼, 지금이 개인 투자자들에게 저가 매수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가 5%대까지 오른 후 하락하고 있는데다, 원·달러 환율 역시 고점을 찍고 내려오는 만큼 외국인의 매수세가 서서히 유입될 것이란 이유에서다.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가격(밸류에이션) 측면에서 매력적인 수준에 위치한 만큼, 불안할 수 있어도 추세 자체가 무너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지금 개인투자자들은 역발상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