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경영진 수사·구속에 기업 이미지 타격...경영 불확실성 커져

다수 기업 핵심 경영진 수사망 올라…기업 가치·신뢰도에 악영향 실적 둔화·구조조정 등 경영 전반 악영향 예상…신사업 확장도 제동 사회적 책임 실현 및 윤리경영 중요성 부각…체계적 관리 시스템 구축도

2023-10-25     이태민 기자

매일일보 = 이태민 기자  |  최근 국내 산업계 곳곳에서 임원진을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불거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내년도 경영전략 수립을 앞둔 시기에 핵심 임원진이 구속되거나 수사망에 오르면서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실적 둔화 및 구조조정 등 후폭풍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5일 산업계에 따르면 카카오·태광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의 핵심 경영진들이 경찰의 수사망에 줄줄이 오르고 있다. 이들에 대한 사법리스크가 전방위로 확산되면서 신사업·인수합병 등 주력 사업 차질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조사 및 재판이 길어지면서 의사결정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게 되고, 결국 경영 활동 전반에 제동이 걸리면서 역성장으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에서다. 사법리스크가 장기화될 경우 기업의 성장 동력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적잖다. 기업가치 훼손이 심화되면서 위상과 신뢰도에 악영향을 주고, 실적 악화 및 주가 하락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기업 차원에서 조직 개편을 단행할 경우 대규모 구조조정이 제반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주요 기업들의 스타트업 투자 비율이 높은 만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 확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황희 덕성여대 교수와 조용민 고려대 교수가 최근 한국재무관리학회지인 재무관리연구에 제출한 '오너리스크가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오너의 위법행위가 기업의 기업가치를 훼손하는 데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다. 분석 결과 위법행위 사건일을 전후로 주식시장에서 음의 누적초과수익률이 발생했다. 연구진은 "기업의 감시 시스템하에서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는 오너 개인의 각종 위법행위가 선량한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돼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벌어진 카카오 사법리스크 현상에 대해 "내부 구조 및 거버넌스 등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유사한 문제가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조직 개편과 구조조정이 단행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외부 인재 영입 등을 통한 일종의 ‘세대교체’로 내부 쇄신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도 “카카오를 둘러싼 여러 소송과 검찰·금감원 조사가 집중되고 있고, 수사 결과에 따라 카카오뱅크 대주주 지위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카카오 주가 회복은 체질 개선과 신사업 효과가 본격화되는 내년 이후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렇듯 사법리스크 현상이 국내 산업계를 강타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강화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CSR의 범위에는 투명한 기업 경영과 성실 신의의 윤리경영이 포함되는데, CSR 강화를 통해 신뢰도 하락을 막고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확대된 배경으로 사세 확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등한시했다는 점을 꼽고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카오가) 김 센터장이 초기에 내걸었던 '사회적 기업'이란 가치를 전혀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업계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법리스크의 경우 관리 타이밍을 놓치면 기업 이미지 훼손을 넘어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시점에 법적·도덕적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과학적·체계적 리스크 시스템을 도입해 보다 전략적으로 위기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