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 쏠리는 눈…8168명 운명 달렸다
30일 화물본부 매각 논의…산은 "불발 시 추가 지원 없다" 사외 이사 일부, '배임' 거론 전언…제3자 매각 쉽지 않아
2024-10-26 박규빈 기자
매일일보 = 박규빈 기자 | 국적 대형 항공사 간 합병 작업을 앞두고 국내에서의 관련 절차는 상당 부분 해결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찬반 의견이 분분한 화물본부 매각 안건을 승인해야 하는 과정이 남아 그 결과에 시선이 집중된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오는 30일 이사회를 개최해 화물본부가 보유한 자산인 화물기 11대에 대한 매각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으로의 매각과 합병을 앞둔 상황에서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인천-역내 4개국 여객·화물 노선 시장 내 독과점을 우려해 일부 포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사회는 아시아나항공 원유석 대표이사·진광호 안전보안실장 등 사내 이사 2인과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원장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 이사 4인을 포함해 총 6인으로 구성돼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한국산업은행이 지배하는 기업이므로 원 대표와 진 실장은 대한항공과의 합병의 전제 조건인 화물본부 매각에 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머지 사외이사 4명의 손에 임원 43명과 직원 8125명 등 총 8168명이 타고 있는 '아시아나항공호(號)'의 운명이 달린 셈이다. 사외 이사 중 일부는 화물본부 매각 행위 자체가 아시아나항공에 손해를 끼칠 것이 분명해 배임 혐의를 벗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화물본부 매각안 통과가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다. 지금까지 인수·합병(M&A) 작업은 아시아나항공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산은과 대한항공 주도로 이뤄져 왔다. 이 같은 이유로 절차적 정당성 확보 내지는 요식 행위에 불과한 화물본부 매각 안건이 불발될 경우 '이사회가 국가적 통합 작업에 재를 뿌려 임직원들의 미래를 엎어버렸다'는 비난 가능성이 높아 원안 가결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화물본부 매각 부결로 결론이 나게 되면 부정적인 방향으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3조6000억원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고, 2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 비율이 1741.4%인 아시아나항공의 재무 구조 악화 역시 불가피해서다. 한편 아시아나항공 일반직 노동조합과 조종사 노동조합(APU)은 통합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일반 노조는 서명을 받아 당국에 제출했고, 조종사 노조는 제3자 매각 주장을 하고 있다. 회계 기준 변경으로 항공기 리스 부채 역시 일반 부채로 인식되는 것을 감안해도 아시아나항공의 부채 총계는 13조732억원이다. 회생 불능 기업을 인수하려는 원매자 역시 가시권에 없어 제3자 매각 역시 쉽지 않다는 것이 재계 중론이다. 이윤철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아직 대한항공과의 합병이 된 게 아니어서 아시아나항공 이사진 사이에서 난상 토론도 예상되지만 독자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면서도 "하루이틀 진행된 일이 아니고 진통을 겪으며 사회적 합의를 이룬 사안을 파기하기에는 부담감을 느낄 것인 만큼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