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다른 길 가는 대통령-국회
朴 ‘제동’ 불구 개헌모임·국회의장·野원내대표 계속 ‘추진’
2015-01-07 고수정 기자
[매일일보 고수정 기자] 박근혜 대통령과 국회의 ‘개헌’에 대한 입장차로 향후 전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박 대통령이 지난 6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힘에 따라 이달 중 개헌안 발의를 추진키로 했던 ‘개헌추진 국회의원모임(개헌모임)’의 행보에 제동이 걸린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그러나 개헌모임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그래도 개헌을 계속 논의해야 한다”며 예정대로 추진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박 대통령은 개헌에 대해 “워낙 큰 이슈이기 때문에 이게 한번 시작되면 블랙홀 같이 모두 빠져들어 이것저것 할 그것(엄두)을 못낸다”며 “경제회복의 불씨가 조금 살아나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를 갖고 국민과 힘을 합해 민생을 안정시키고 경제가 궤도에 딱 오르게 해야 할 시점에 나라가 막 다른 생각 없이 여기에 빨려들면 경제회복의 불씨도 꺼지고 경제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부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박 대통령의 이러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개헌모임은 이달 안에 추가로 참여할 의원들의 서명을 받아 다음 달 개헌안 발의를 추진키로 했다.개헌모임의 야당 간사인 우윤근 민주당 의원은 “국회가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국회는 국회대로 계속 개헌 논의를 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우 의원은 “제왕적 단임(대통령)제의 문제가 굉장히 심각하기 때문에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내각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은 일관된 생각”이라면서 “작년 말 워크숍에서 저와 서울대 정종섭 교수가 발제한 내용을 토대로 2월 중에는 국회 차원에서 개헌안을 만들어 보려고 한다”고 전했다.개헌모임의 고문을 맡고 있는 유인태 민주당 의원도 “어느 대통령이든 1∼2년 안에 업적을 내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환점이 넘어가면 개헌을 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며 “1월 중에 의원들을 대상으로 서명을 확대할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야당 의원들은 물론 여당 의원들도 박 대통령의 부정적 의사에도 불구하고 개헌 논의를 지속해야 한다는 태도를 견지했다.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은 “새로운 대선 후보자들이 나선 뒤에는 개헌이 잘 이뤄질 수 없으니 금년 중에는 논의를 해야 개헌이 된다”며 “지금 시스템이 과연 선진국을 맞이하는 데 적합한지 우리 사회에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지금 시스템이 1987년에 만든 것이라 시대에 안 맞는다는 생각을 많이 갖고 있다”면서 “너무 늦어도 안 되고, 너무 빨라도 안 되는데 하여튼 이번 정부 내에서 (개헌을) 하기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같은 당 신성범 의원은 “대통령으로서는 경제 쪽으로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개헌 논의가 이뤄지면 국민적 관심이 풀어지지 않을까 해서 우려할 수 있다”면서도 “개인적 생각으로는 개헌특위까지는 만들어놓고 논의를 진전시키는 일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개헌모임과 별도로 국회의장 직속 자문기구로 헌법개정자문위원회가 출범한 만큼 박 대통령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회 차원에서도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소통을 원칙 없는 타협이나 부당한 결탁 정도로 생각하는 대통령의 인식에 실망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며 “국회의 개헌논의를 차단한 것은 잘못”이라고 주장했다.이어 집권 후 개헌 추진이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음을 지적한 뒤 “다시 약속을 파기하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국회 차원에서 진지한 개헌논의를 통해 증오와 갈등의 정치를 극복하고 새 정치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이루는 게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지적한다”고 강조했다.전 원내대표는 지난 5일 국회에 개헌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