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보도 의혹’ 기자 강제 수사 돌입…기협, ‘언론 탄압’ 우려
전‧현직 기자 3명 주거지 압수수색…대선 초기까지 확대 양상 기협 “권력 감시‧의혹 제기, 언론 기본 소명”…‘정치적 수사’ 비판
2024-10-26 김민주 기자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지난 대선 국면 당시 허위 보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추가 정황을 포착, 관련 기자들에 대한 강제 수사에 돌입했다.
대선 사흘 전 보도된 뉴스타파의 ‘신학림-김만배 허위 인터뷰’ 의혹에서 시작한 수사가 대선 초기인 2021년 10월 보도 기사까지 확대되는 양상이다. 수사 대상이 된 기사의 보도 매체도 5곳으로 늘어났다. 당시 불거졌던 대장동 의혹의 ‘민관 유착’ 프레임을 ‘검찰 수사’ 쪽의 문제로 바꾸기 위한 시도로 검찰 측은 의심하고 있다. 26일 오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1부장)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2명의 주거지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취재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의 전직 기자 1명의 주거지도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다. 이들은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이후인 2021년 10월께 국민의힘 유력 후보였던 윤석열 대통령이 2011년 부산저축은행 사건을 수사하면서 대장동 대출 브로커였던 조우형 씨 사건을 무마해줬다는 취지의 허위 보도를 한 의혹을 받는다. 당시 경향신문은 윤 대통령의 부실 수사 의혹을 수차례 다뤘다. 2021년 10월7일자 기사에서 조씨가 2011년 대검 중수부의 부산저축은행 수사 당시 김만배 기자 소개로 박영수 전 특별검사를 변호사로 선임했고, 조 씨가 관련된 대장동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관련 내용은 수사에서 다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부산저축은행 수사의 주임검사가 윤 대통령이었다는 사실도 해당 기사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월 21일엔 대장동 초기 사업자인 이강길 씨와의 통화 내용을 근거로 당시 대검 중수부가 조씨의 혐의를 인지하고도 최소한의 확인도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주임검사였던 윤 대통령에게도 이씨 면담 내용이 보고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2021년 10월26일엔 대검 중수부가 조씨에 대해 전방위 계좌추적을 벌이고도 입건조차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비슷한 시기 뉴스버스도 동일한 의혹을 제기했다. 뉴스버스 대표를 지낸 신모씨는 김만배 씨와 같은 한국일보 그룹 출신으로, 김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뉴스버스는 2021년 10월7일 기사에서 경향신문 보도 내용을 언급하며 “대장동 SPC 대출 비리를 덮어준 대검 중수부가 토건 세력들에게 초대박 수익의 길을 터줬다”고 지적했다. 당월 21일자 기사에서는 경찰 수사 기록에 나오는 조씨의 진술과 이씨와의 인터뷰 내용 등을 근거로 대검 중수부가 조씨와 주변 계좌추적까지 벌여놓고 입건하지도 않았다는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실제 발언과 다르게 보도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들 취재 과정에서 보도 내용이 허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고의적으로 취재 자료, 보도 취지 등을 왜곡해 보도한 정황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진 뒤 김만배가 허위 프레임으로 돌리기 위한 작업이 있었고, 그 과정에서 연쇄적으로 사실과 다른 내용이 보도된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며 “대장동 의혹과 분리된 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명예훼손 사건이 검찰의 직접수사 개시 범위가 아니라는 지적에는 “범죄 사실과 증거 등이 공통되고 관련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직접수사 개시 범위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그간 검찰 수사는 대선 직전인 지난해 2∼3월 이뤄진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허위 인터뷰, JTBC의 윤석열 커피 보도, 인터넷 매체 리포액트의 최재경 허위 녹취록 보도 의혹 등에 집중됐다. 검찰은 이들 보도 과정에 더불어민주당 화천대유 토건비리 진상규명 특별위원회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배후를 추적해왔다. 2021년 10월 보도로까지 검찰 수사가 확대되면서, 배후 수사 역시 전방위로 확대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경향신문과 뉴스버스는 허위 보도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경향신문은 입장문을 내고 “팩트에 근거한 합리적 의문 제기”라며 “예단에 근거해 언론사를 무리하게 수사한 것으로 결론이 난다면 책임은 검찰이 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버스는 “근거가 부풀려졌거나 빈약한 이번 압수수색은 윤석열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들을 겨냥한 ‘언론탄압’의 연장선”이라고 규탄했다. 검찰 관계자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필요 최소한도로 압수수색했다”며 “증거 멸실 우려 등을 고려할 때 강제적 증거 수집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법원에서 영장을 발부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국기자협회는 검찰이 경향신문 전현직 기자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한 것에 대해 “언론탄압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기자협회는 “권력을 감시하고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언론의 기본 소명 중 하나”라며 “압수수색을 강행하는 것은 언론의 권력 감시 기능을 상실시켜 권력의 입맛에 맞춰 길들이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고 무엇이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법원도 수많은 판례를 통해 다소간의 오류가 있다 하더라도 정치인들과 국가권력에 대한 언론 보도의 자유에 대해 폭넓게 인정해 왔다”며 “(이번 압수수색은) 사법적 판단을 깡그리 무시한 채 정권의 안위를 고려한 정치적 수사”라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경향신문지회와 경향신문 노조는 “발품을 팔아 얻은 사실관계와 증언이 상식적·합리적 선에서 납득할 만하다고 판단되면 보도하는 게 기자의 직업윤리”라며 “이번 압수수색을 현 정권을 보위하기 위한 ‘친위 수사’로 간주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