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한국‧폴란드만 금지”…시대착오적 온라인 주류 규제
2024-10-29 강소슬 기자
매일일보 = 강소슬 기자 | “무거운 생수는 꼭 온라인몰을 통해 주문하고 있는데, 맥주도 성인인증 후 편하게 구매하면 좋겠다. 주류 구매가 쉬워지면 청소년 음주가 늘어난다는데, 전통주는 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걸까?”
30대 회사원 지인과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다. 청소년 구매가 안되는 무알콜 맥주도 성인인증 후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 일반 맥주는 성인인증 후 온라인 구매가 안된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유통업계는 익일배송을 넘어 새벽배송, 1시간 배송 등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온라인 주문이면 몇 시간 만에 물건을 받아 볼 수 있지만, 주류만큼은 예외다. 현재 주세법상 와인·맥주·소주 등은 대면 판매만 가능하며, 온라인에서는 구입할 수 없다. 정부가 청소년 음주 및 지나친 음주에 따른 국민 건강 악화 등을 이유로 온라인 주류 판매를 금지했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과잉대응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런데 전통주는 유일하게 온라인 결재 및 배송이 가능하다. 정부가 2017년 전통주 산업 육성을 위해 예외적으로 통신판매를 허가했기 때문이다. 전통주는 전통적인 제조 기법을 사용한 술을 뜻하지 않고 생산 주체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다. 즉 지역 쌀로 제조하거나 주류 무형문화재 보유자·식품명인이 제조하지 않은 제품은 전통주로 보고 있지 않다. 주세법은 무형문화재 보유자 및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과 농업인이 직접 생산했거나 제조장 소재지 인접 시·군·구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지역특산주 중 하나를 전통주로 규정하고 있다. 주류 온라인 판매 주류업계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숙원사업이다. 주류업계는 법적 개념과 정책대상으로서 주류의 범위를 전통주에 한정을 짓지 말고 맥주·소주·와인 등 기타 주류로 확장하길 원한다. 청소년 음주의 우려가 있지만, 주류업계는 온라인 채널에서 스마트폰 인증, 결제 카드와 계좌 인증의 성인 확인 절차를 보다 더 강화해 판매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주세법상 주류의 대면 판매가 원칙이지만 규제의 벽은 차츰 낮아지고 있다. 2020년 스마트오더 방식 서비스로 주류 통신판매가 허용되면서 모바일로 주문·결제하고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2021년에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신사업 분야 규제 면제 제도인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승인하며 주류 무인 판매기 도입이 가능해졌다. 올해 7월부터는 시내면세점 온라인몰에서 주류를 구매하고 오프라인으로 수령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주류 온라인 판매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주한유럽상공회의소(ECCK)가 한국 주류 산업의 지나친 규제를 지적하면서부터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온라인 주류 판매가 금지된 국가는 한국과 폴란드 단 두 곳뿐이다. 소비 채널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상황에서 온라인 주류판매 규제는 시대착오적이다.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가운데, 과거의 낡은 규제만 고집할 수 없다. 정부는 이제라도 빗장을 풀어 소비자 편익을 증대하고 업계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