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재편기’ 이커머스, 연말 생존카드 주목
11번가 모회사 SK스퀘어, 큐텐과 공동 경영 추진 SSG닷컴, 내년 상반기 상장 재도전 계획 드러내
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이커머스업계가 연말을 앞두고 새판짜기에 고삐를 죄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이커머스 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일상화되자 연평균 두자릿수 고공성장을 거뒀지만,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 오프라인 유통 채널 회복세와 고물가·경기불황 장기화로 따른 소비 위축이 맞물리면서 성장 정체기를 겪고 있다.
대내외적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심화되자 기존 외형 확장 대신 내실 다지기 위주 전략을 펼쳐 실적을 개선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 적자의 늪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이처럼 실적 신장률이 둔화된 상황을 극복하는 동시에 시장 영향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카드로 IPO(기업공개), 매각 추진 등을 꺼내드는 모양새다.
11번가 모기업인 SK스퀘어는 큐텐과 공동 경영을 위한 실사를 이어가고 있다. 큐텐은 ‘싱가포르 아마존’으로 불리며, 국내 시장에선 직구몰로 유명한 기업이다. 큐텐과 11번가의 인수합병설은 이전부터 파다하게 퍼졌지만, 양사는 관련 소문을 일축해왔다.
하지만, 11번가가 투자심리 위축과 증시 불안 증가 등의 영향으로 재무적투자자(FI)와 약속했던 IPO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서, 지분 매각으로 계획을 튼 것으로 보여진다. 앞서 2018년 국민연금, 사모펀드 운용사 H&Q코리아 등으로부터 5000억원 투자를 받는 과정에서 5년 내 IPO를 진행하기로 했다.
티몬과 인터파크커머스를 거머쥔 큐텐이 11번가까지 손에 넣으면,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11.6% 수준으로 쿠팡(24.5%)과 네이버(23.3%) 다음인 3위로 도약하게 된다. 다만, 11번가의 기업 가치 제고는 향후 풀어야할 최대 과제로 보인다. 한때 2조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도 한 11번가는 1조원대까지 몸값이 하락했다. 올 2분기 매출액은 196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8.9% 늘은 반면, 영업손실은 40.7% 감소한 267억원이다.
SSG닷컴은 내년 상반기 중 IPO 절차에 돌입하기 위해 막바지 주관사와 관련 협의를 실시하고 있다. 공동대표에서 단일대표로 올라선 이인영 대표가 최근 한국거래소를 직접 찾아 상장 계획을 설명하는 등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SSG닷컴은 2021년 10월 미래에셋증권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을 IPO 주관사로 선정하며 상장 작업에 나섰지만, IPO 시장에 한파가 불어닥치자 이를 잠정 중단했다. 이후 내실 경영으로 수익성을 향상시키며 흑자 전환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올 2분기 영업손실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2억원 개선한 183억원을 드러냈다. 동기간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9% 증가한 4270억원을 보였다.
업계에서 흔치 않게 수년간 흑자 경영을 실현하고 있는 새벽배송 기업 ‘오아시스마켓’도 최근 새벽배송 지역을 충남 세종 지역까지 넓히는 등 외형 확대를 지속해 상장 재도전 불씨를 키워가고 있다. 올 2분기 영업이익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9%, 12% 증가해 각각 37억9500만원, 1159억원을 나타냈다. 오아시스는 지난 2월 일반공모 청약을 하루 앞두고 상장 철회를 결정했다. 이는 기관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따른 결과였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수혜 업종으로 성장을 거듭해온 이커머스 업계들이 이제는 경기 악화, 온라인 시장 둔화 등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라며 “업황 성장이 더딘 현실 속 출혈 경쟁은 더욱 심해져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