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어음 금리 고공행진… 단기자금시장 경색 우려

수요 사라지고 공급 늘어난 영향…'작년 같은 상황 아냐' 진단도

2024-10-29     이광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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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광표 기자  |  기업들의 대표적인 단기자금 조달 수단인 기업어음(CP) 금리가 최근 연일 올라 단기자금시장 유동성 경색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초 3.990%였던 CP 91일물 금리는 이달 27일 기준 4.290%를 기록하며 최근 약 두 달간 30bp(1bp=0.01%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달 들어 상승세가 가팔랐다. 10월이 추석 연휴와 한글날 등 휴일이 많아 영업일이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CP 금리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1∼2bp씩 오른 셈이다. 같은 초단기물인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 금리가 지난달 10bp 이상 상승했지만, 이달 6일부터는 3.820%를 유지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증권가에선 CP에 투자하는 증권사의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신탁)이 개점 휴업 상태가 되면서 수요가 마르자 금리가 오를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다수 증권사는 단기 투자 상품인 채권형 랩·신탁 계좌에 유치한 자금을 장기채권과 CP 등에 편입·운용하는 '만기 미스매칭' 전략을 활용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금리 상승과 강원 레고랜드발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 등으로 채권 가격이 급락하면서 채권형 랩·신탁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일부 증권사들은 이를 만회하기 위해 두 개 이상의 내부 계좌를 이용해 한쪽이 펀드를 매도하면 다른 한쪽이 사들이는 '자전거래'를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런 불건전영업 관행에 대해 금융 당국의 조사가 지난 5월부터 진행되면서 랩·신탁이 장기간 휴업 상태인 점이 CP 금리에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한 증권사의 채권 담당 매니저는 "비단 CP뿐만 아니라 카드·캐피탈채도 전체 발행 물량의 30% 정도를 랩·신탁에서 샀는데 수요 자체가 없어 발행을 못 할 정도"라며 "CP는 특히 랩·신탁 수요가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채보다 컸는데 갑자기 수요가 없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상승 추세가 연말까지 장기화하진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10월 CP 금리 상승은 단기자금시장 리스크 요인보다는 수급에 따른 이슈"라며 "10월 들어 머니마켓펀드(MMF) 등 단기자금 유입이 지속되고 있으며 10월 초 급증했던 CP 발행도 중순 이후 크게 둔화하고 있다"고 짚었다.